밀리시타 게임 외 번역/2차 창작 번역

2차 창작 소설 번역 : 그 옆 모습을

라인슬링 2019. 7. 18. 12:45

◎ 읽기전에

-. 이 글은 2차 창작을 통해 만들어진 소설입니다.

-. 마츠리의 메모리얼 커뮤를 기반으로 삼은 소설이니 먼저 읽고 오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바로가기)





그 옆 모습을

글쓴이 : 本間海那

원작 : (바로가기↗)




62시간 24분.

그 사람이 깨어있었던 시간이라고 한다.

정확히는 잠깐 눈을 붙인 시간을 빼고 제대로 된 수면을 취하지 않은 시간이다. 점심때 미사키에게서 그가 이틀을 내리 밤을 샜다는 말을 들었다. 한 시간 정도도 안되는 휴식따윈 수면시간에 포함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없는 시어터에서 홀로 자체 연습을 좀 하고 귀가하려던 참에 그가 나타났는데, 굉장히 피곤해보이는 모습으로 커피를 타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나에게 들키게 되었고, 나는 그에게 앉아있으라 말한 뒤 커피포트에서 물을 끓였으나, 그 사이에 그는 소파에 가라앉듯이 앉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프로듀서 님? ......잠들어버린거에요?”

......반응이 없다. 그야 그럴만도 하지. 애시당초 52명의 아이돌을 홀로 프로듀스 하고 있는데다가 그 매니저 일까지 위임받은 상태이니 노고가 상당할것이다.

“못 당해내겠다니까......”

이 사람은 왜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는걸까.

나도 열심히 하는데는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 사람은 아무리 해도 못 당해낼 것 같다.

양 손에 하나씩 들고 있었던 머그컵 중 하나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고 있는 그의 옆에 가만히 앉았다. 깨우지 않도록 살그머니.

양 손으로 고쳐 쥔 컵에서 하얗게 피어오르는 향기를 느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



나는 지극히 평범한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외모는 제법 예쁘다고 생각한다. 자만한다고 들릴지 몰라도 스스로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본 결과다. 나름대로 반듯한 얼굴에 그럭저럭 균형잡힌 몸매. 예쁘게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평범하다. 어렸을 적 동화 속 공주님을 동경했고 어떤 계기로 그것이 아이돌을 향한 동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아이돌을 동경하는 여자아이는 드물지 않다. 그리고 아이돌을 본격적으로 목표하는 여자들은 당연히 다들 예쁘다. 나 정도 외모는 이 세계에서는 그야말로 평범한 것이 당연하다.

그렇다면 외모 외에도 뭔가 특별히 내세울 수 있는게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노래도 특별히 잘 하는건 아니고 댄스도 특별히 잘 하는건 아니다. 사족이지만 학교 성적도 특별히 우수한 것도 아니었다.

우선 말해두겠지만, 그런 평범한 내가 싫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나는 나를 솔직하게 좋아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남에게 사랑을 베푸는 아이돌이 될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이 되고싶다. 그 마음은 진심이었다. 뭐든지 ‘평범’했던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튼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 방법 뿐이었다.

부모님께 부탁해 초등학생 시절부터 노래나 댄스 스쿨에 다녔고, 고등학생이 된 이후부터는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가면서도 주위에서 뭐라고 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다녔다. 친구는 적었지만 내가 진심으로 꾸는 꿈에 대해 진심으로 응원 해 주는 착한 아이에겐 상냥히 대해줬다.

초등학생 무렵부터 여러 사무소에 오디션을 받고 떨어지길 반복했다. 조금 귀엽고 예쁜 정도론 이 세계에 발을 붙일 수 없다. 그 사실을 싫증 날 정도로 배웠지만, 그 정도로 포기 할 만큼 아이돌을 향한 내 꿈이 가벼운 것은 아니었다.

그런 나도 이윽고 꿈을 꾸는 소녀로만 있을 순 없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평범한 아이가 할 일은 크게 두가지 뿐이다. 대학에 진학하거나, 고졸로 취직을 하거나. 실제로 내 주위의 아이들은 다들 그런 길을 걸었으며 나 자신도 그 선택을 몇 번이고 강요받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해도 꿈을 버릴 수 없었다. 포기하고 싶지 않다. 꿈만 쫓지 말고 현실을 생각해라, 백 번은 들었을 것 같은 말에 귀를 기울여 들은 적은 여지껏 한 번도 없었지만 잔인하게 흘러가는 시간에 떠밀리듯이 나는 아무것도 아닌 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말았다. 진학도 하지 않고 취업도 하지 않은 채. 부끄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주눅이 드는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결국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 오디션을 받을 때마다 “평범”하다는 낙인을 받아온 나를 비꼬는듯한 이야기였다.

평범한 길에서 떨어져나와 언제까지나 꿈만 바라고 사는 아이는 나 혼자 남았다. 하지만 나는 믿고 있었다. 나는 분명 아이돌이 될 수 있을거라고. 근거는 없지만 그 노력은 배신하지 않을거라고. 언젠가 나를 찾아낼 왕자님이 유리 구두를 신고 나타날거라고.

꿈을 꾸는게 뭐 어때서.

꿈을 쫓는 여자아이야말로 최고로 귀엽고 빛나는 존재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있다.

그 빛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밝히고 사람의 마음을 구하는것이다. 아이돌이란 그런것이다.

철이 없다며 비웃어도 좋다.

나는 진심이다. 아이돌이라는 꿈을 바라고 또 바랄것이다. 그렇게 하면 나는 누구보다도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언젠가 내가 그 빛에 이끌려 동경했듯이, 내 빛은 언젠가 누군가를 비춰 줄 것이다.

어렸을 적 읽은 동화 속 공주님처럼. 만화 속 세상의 기사님 같은 사람과 함께......

......그리고 성인이 되기 직전인 바로 그 때, 나는 한가지 모험을 하기로 결심했다.

뭐든지 평범한 나에게도 남들보다 조금 특별한 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남을 연기하는 것. 연극을 하는 것.

뭐든 평범했던 나였기 때문일까, 다른 사람이 되는건 금방 가능했다. 요령을 깨닫는 센스는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귀여운 나를 연기했다.

연기하기로 한건 내가 어렸을 적 동경해왔던 공주님 캐릭터.

기왕이면 끝까지, 다른 사람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완벽한 공주님이 되자.

어렸을 적 동경했던 공주님과 그 후에 동경했던 아이돌. 귀엽고 반짝이는 두 가지를 합치면 최고의 귀여움을 가진 존재가 될 수 있다. 굉장히 단순하면서도 명쾌한 이론.

내숭을 떤다거나, 이상한 애라던가, 사차원이라던가...... 보고 있기 민망하던가. 그런 말을 들을거라는건 각오하고 있었기 때문에 누가 그런 말을 하더라도 캐릭터를 유지했다.

나는 이게 가장 귀엽다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라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여기 있는 이상, 나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해 줄 사람이 분명히 더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으며 나는 오디션에서 공주님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했다. 나의 이 캐릭터를 귀엽다고 생각 하건, 연기라는것을 감안한 채 내 연기력을 높이 사건 상관 없었다. 내 가치관을 공유 해 주는, 내 거짓말에 어울려주는 사람이 반드시 있을거라 믿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귀여운 여자아이가 귀여운 캐릭터가 된다. 이렇게 알기 쉬운데도 어쩜 그렇게 매력을 느껴주지 못하는걸까. 나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침울해 있기엔 1초의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도쿄의 어떤 사무소에서 신인 아이돌 모집 오디션을 벌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9프로젝트라 이름 붙인 서른 아홉명의 아이돌을 새로이 육성하는 기획.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아이돌 아마미 하루카가 소속되어있는 765프로덕션의 대규모 오디션이었다.

직감적으로 여기라고 생각했다. 이 모집 기사를 본 순간 나는 이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다고 생각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수 많은 오디션을 받아오던 도중 이런 감이 온 것은 처음이었다.

이상하다는 말을 들을지 걱정은 됐지만 나는 이상적인 공주님상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 머리를 염색했다. 서류 통과조차 되지 않았는데 나는 고향인 아이치를 떠나 상경했다. 미련은 없었다. 나는 아이돌이 될 것이다.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고, 노래와 댄스 심사도 통과한 후 프로듀서 본인과의 면접 날이 찾아왔다. 프로듀서라 칭한 채 양복을 입고 앉아있는 남자는 상상했던것보다 나이가 어려보였다. 나와 별로 나이 차이가 나지 않아보였다. 내가 말 하는것도 그렇지만 딱히 특징은 없어보이는 평범한 청년이라는 인상이었다.

“공주의 이름은 토쿠가와 마츠리인거에요. 당신이 마츠리의 프로듀서인가요?”

이 캐릭터를 하기로 결심했을때부터 써왔던 인사 문구다.

“프로듀서 님도 공주라고 불러줬으면 하는거에요. 잘 부탁드리는거에요!”

최악의 경우엔 여기서 바로 됐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과연 이 프로듀서 님은 어떤 반응을 할까.

지어낸 공주님 웃음을 유지한채로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으며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것을 온 몸을 다해 표현한다. 절대로 굴하지 않는다.

“저기......”

내 자기소개에 그는 순간 벙 찐 표정을 짓고는,

“공주라니, 그런 설정인건가?”

지극히 평범한 질문을 했다. 이런 답변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물어봐준다는건 최소한 나에게 흥미를 갖고 있다는 증거다. 시작이 좋다고 생각하며 준비해온 대사로 답했다.

“설정이라니 무슨 소리인가요? 공주는 공주에요. 오늘도 성에서 백마를 타고 온거에요!”

그럴리가 없지.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여긴다. 스스로를 그렇다고 믿게 만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독특한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해 줄 수가 없게 된다.

“그, 그렇구나......”

그는 꽤나 당황한듯보였지만 최소한 뒤로 빼지는 않는것처럼 보였다.

빼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밀어붙인다. 여기는 스스로를 어필하는 장소니까.

“프로듀서 님, 공주에게 질문은 없으신가요? 지금이라면 특별히 뭐든 대답 해 드리는거에요!”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행동한다. 공주님답게, 평민을 상대하듯이. 특별하든 뭐든 질문이 없으면 이야기가 진행되질 않으니까.

“고, 고마워. 저기...... 아이돌이 되려고 생각한 계기는 뭔가요?”

정상적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내가 해놓고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오디션이란 장소에서 이런 사차원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싫은 내색도 없고 내 말을 부정하지도 않는 점만으로도 대단했다.

심지어 내가 ‘특별히’라고 말하자 거기에 맞춰 감사하다고까지 말해 주다니.

나는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좋은 반응에 기분이 들뜰 뻔 했지만, 아직 방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냉정하게 캐릭터 연기를 계속해나갔다.

“호? 공주는 공주인거에요. 다들 공주를 정~말로 좋아해! 인걸요?”

“그, 그렇군요.”

그렇진 않지. 아직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나는 아이돌이란 꿈을 거머쥐고 그 말을 현실로 만들 것이다.

“그럼 좋아하는 음식은 뭔가요?”

또다시 평범한 질문이다. 상황을 지켜보고싶은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떤 내용이든 질문을 해 주는것 자체가 호감이 있는것이라 생각되었다.

“프로듀서 님, 좋은 질문인거에요! 마츠리가 좋아하는 음식은 구운 마쉬멜로인거에요!”

그냥 마쉬멜로가 아니라 “구운”마쉬멜로. 그게 포인트다. 하지만 마쉬멜로라는 존재 자체는 좋아한다. 이름도 좋고 비주얼도 좋고, 굉장히 귀엽다. 폭신폭신하면서 컬러풀하지만 파스텔톤인것도 좋다. 하지만 애당초 이게 음식이라는 점이 문제다...... 아니, 그런 이야기는 제쳐두고.

“폭신폭신한 마쉬멜로가 구워지고 나면 엄청나게 러블리~! 한거에요!”

“그렇구나...... 귀여운걸 좋아하는구나.”

......어쩐지 생각한것 이상으로 말이 잘 통한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렇게까지 스무스하게 대화를 했던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음이 들뜨려는것을 억누르며 대답했다.

“그런거에요! 마쉬멜로가 아닌거에요. 구운 마쉬멜로에요.”

그게 포인트다.

프로듀서 님은 내 말을 듣고는 가만히 쳐다본 채 생각에 잠긴듯 보였다. 펜을 한 바퀴 돌리고 두 번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잠깐 옆으로 피한건 뭔가 떠오르는게 있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이 쪽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인가 깜빡이고, 그는 수수께끼의 해답을 찾아냈다는듯한 말투로 이렇게 말 했다.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확신이 선 것도 아닌 그저 그의 직감대로 입을 열었다는듯한 말투였다.

“귀여운것 + 귀여운것 = 최고로 귀여워! ......라는건가?”

“............!!”

그 때, 나는 온 몸에 마법이 걸린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정말로 잠깐은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었다.

......찾아냈다.

드디어 만났다. 나의 기사님.

아무리 기다려도 와 주질 않으니까 내가 찾으러 나왔어.

하늘을 날고 싶을 정도로 기뻤지만, 공주님은 그런 버릇없는 짓은 하지 않는다. 평정심을 되찾고, 하지만 하이텐션으로 나는 공주님 연기를 계속했다.

“프로듀서 님, 브라보~! 인거에요! 마츠리는 구운 마쉬멜로처럼 폭신폭신 러블리~! 가 되고싶은거에요. 마츠리를 엄청나게 뷰티호~! 하게 만들 수 있는건 분명 프로듀서 님 뿐일거에요~!”

평점심을 되찾으려 했지만 아무래도 기쁜 내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 때 나는 이미 이 사람밖에 없다고 확신에 찼다.

그리고 그는 웃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이곤......

“토쿠가와 마츠리 양, 합격이야! 나와 함께 톱 아이돌을 노려보자!”

내가 정말정말, 정말로 듣고 싶었던 말을 해 줬다. 나는 물론 두말 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이호~! 마츠리 공주의 이야기는 오늘부터 시작되는거에요! 프로듀서 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는거에요!”

그렇다. 나는 오늘부터 “마츠리 공주”가 된다. 아이돌이라는 이름의 나와, 나라는 이름의 공주님의 이야기가 시작되는것이다. 왕자님이 주신 이 유리구두를 신고.

“앞으로 공주를 ‘공주’나 ‘마츠리’라고 불러줬으면 하는거에요...... 알겠죠?”

“알겠어. 앞으로 잘 부탁한다, 마츠리!”

그는 그렇게 말 하며 믿음직스러운 미소와 함께 손을 내밀었다. 나를 ‘공주’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가 ‘공주님’이란 어디까지나 ‘설정’에 불과하다고 해석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곤 하더라도 그런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줬다는 사실 자체가 나에게는 정말로 고마웠다. 이 사람은 내 거짓말을 받아주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럴것이다.

나는 그 손을 잡으려하다가...... 손바닥이 땀으로 젖어있고 조금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억누르려 했지만 아무래도 두려워하고 긴장했단 사실은 변함이 없었나보다.

은근슬쩍 옷에 땀을 닦고, 그의 악수에 응했다. 이 때 그의 손에서 느껴진 온기와 힘은 앞으로도 절대 잊을 수 없을것이다.



-



그렇게 시작된 아이돌 세계는 매일매일이 신선하고 자극적이었다.

처음 하는 일은 물론 긴장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동경해온 세계, 동경해온 무대에 선다는 사실이 꿈만 같아서 설레이고 반짝여서 즐거운 마음이 항상 앞섰다.

모인 서른 아홉명의 아이돌 후보생들은 역시 다들 귀여웠고, 나처럼 만들어낸것이 아닌 진짜 개성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나도 지지 않는다. 만들어낸것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내 개성을 무기로 삼아 누구보다도 빛나는 아이돌이 될 것이다.

노력하는건 싫어하지 않으니 지도나 레슨도 힘들지 않았다. 마음은 이해하지만, 몇몇 아이들처럼 데뷔하고싶어 마음만 앞서지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착실하게 쌓아온 노력을 믿고 언젠가 찾아올 때를 대비해 태연히 준비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생각은 해도, 데뷔를 목전에 두니 역시 퍼포먼스를 더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졌다. 첫 라이브 전날, 다른 아이들이 다들 귀가 한 뒤에도 나는 홀로 레슨 룸에 남았다.

“하아, 하아...... 좀 더 스텝을 빠르게 하는게 좋을까?”

거울 속 나를 보고 부족한 점이 뭔지 고민한다. 지금보다 더 스스로를 귀엽게 보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한다. 나는 그걸 반복해가며 몰두하고 있었다.

“한 번 더, 인거에요! 하나, 둘”

하고 마음을 다잡고 공주님 모드로 말 하던 순간......

“마츠리?”

“!? 프로듀서 님......”

깜짝 놀랐다. 말을 건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건 목소리로 금방 알아차렸지만 말을 걸기 전까지 나는 인기척도 못 느꼈고 그가 올 가능성 조차도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지. 어디까지 들었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평소의 공주님 스타일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마츠리에게 용건이 있는건가요?”

“아니, 레슨룸에 불이 켜져있길래 상태를 보러 온거야. 마츠리는 남아서 연습중이야?”

그렇게 대답하는걸 보니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건 아니었던 것 같다. 아마 근처를 지나가다가 내 목소리가 들리니까 나를 부르면서 들여다봤다...... 라는걸까.

“호? 남아서 연습? 무슨 말인가요?”

나는 그가 한 말이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포즈와 함께 되묻는다. 애당초 그 말 뜻을 이해 할 수가 없다, 그런 식으로.

내가 바라는 공주님은 남아서 연습을 하는것처럼 힘든 노력이나 근성이나 의욕 넘치는 단어는 모르는것이다. 언제나 밝고 기쁘고 자유분방하며 스스로 가지고있는 포텐셜만으로도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런 인물이어야한다.

하지만 그렇게 시치미를 떼도 방금 전 내 목소리를 들은 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응? 하지만 방금......”

라며 프로듀서 님은 망설이는 기색을 보였다. 나는 혼란스러워하는 그를 무시하며 끝까지 모르쇠로 일관했다.

“마츠리는 그저 요정님과 이야기를 하던 것 뿐인거에요.”

“요정님?”

“그런거에요. 요정님은 부끄럼쟁이라서 밤이 아니면 나타나질 않는거에요. 그러니까 어두워질때까지 기다린거에요.”

“그렇구나......”

공주님 캐릭터로서 ‘요정님’이라는 말을 쓰고 말았지만 그 단어에 특별히 의미를 둔 것은 아니었다. 프로듀서 님은 그 의미를 눈치챘을까. ‘그렇구나’라며 대답했으니 눈치를 챘을지도 모른다.

“그럼 내가 말을 거는 바람에 다시 숨어버렸나보네?”

아, 역시 눈치 챘구나. 게다가 내 말을 받아주며 말을 돌려준다. 오디션 때와 같다. 정말로 착한 사람이다.

“그런거에요! 프로듀서 님도 앞으로 조심하셔야해요?”

그러니까,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건 부끄러우니까 엿보지 말아달라......는것이다. 노력하는건 자신이 있지만 그걸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고싶지 않다. 설령 그것이 무엇이든 헤아려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알겠어. ......그런데 마츠리, 드디어 내일은 라이브네!”

그렇게 말 하며 화제를 돌렸다. 이번에는 내가 맞춰 줄 차례다.

“하이호~! 드디어 팬 분들에게 공주의 무대를 보여줄 때가 온거에요! 프로듀서 님도 놓치면 안되는거에요...... 알겠죠?”

“응, 물론이지. 내일은 팬 분들을 전력을 다해 즐겁게 만들어주자!”

“물론인거에요! 프로듀서 님도 팬 분들도 전부 마츠리 공주의 성에 초대하는거에요~!”

“믿음직스럽네. 그럼 내일은 전력을 다해 라이브를 할 수 있도록 오늘은 이만 돌아가 쉬는게 낫지 않겠어?”

그렇구나. 이야기를 받아주고 화제를 돌렸던건 이 말이 하고싶어서였구나. 선수를 빼앗겼다. 어른스럽게 받아들이자. 이 이상 연습을 하다가 내일까지 피로를 풀지 못하면 안되니까. 프로듀서라곤 해도 서른 아홉 명...... 아니 쉰 두 명이나 있는데도 나 하나를 잘 챙겨보고 있다.

“으음...... 알겠어요. 프로듀서 님 수고하신거에요. 요정 님도 바이바이인거에요~!”

나는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그렇게 말 하며 돌아갈 채비를 했다.

다음 날 나의 데뷔 라이브는 실수도 있었지만 데뷔 무대로서는 대성공이라 말 해도 될 정도의 완성도였다. 폭신폭신 반짝이는 모두의 아이돌 마츠리 공주로서 나는, 드디어 시작을 알리게 된 것이다.

라이브도 즐거웠지만...... 나와 가치관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



“전부, 당신이 준 거야......”

내 거짓말에 어울려주는 상냥한 사람. 당신이 나를 믿어주는한 나는 계속해서 공주님이 될 수 있다. 언젠가 먼 미래에 모든 것을 이룬 내가 평범한 여자로 돌아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아이돌이란 우상이라고 말한다. 나처럼 극단적인 예시는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을 사랑하라는건 나는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이돌로서의 내가 만들어낸 존재일지라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거짓된 존재일지라도. 그걸 마지막까지 연기해낸다면 진짜가 된다. 마츠리 공주라는 아이돌은 여기에 있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그 존재를 사랑한다고 가슴을 펴고 당당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나는 나를 받쳐주는 사람들과 함께 공주님인 채 남을 수 있다.

“으음......”

꾸벅. 옆에서 자고 있던 프로듀서 님이 이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체중은 대부분 소파가 떠받치고 있었으니 내 쪽으로 기대더라도 그리 무겁진 않았다.

커피 향과 섞여 그의 향이 코 끝을 간질인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냄새다. 잠은 거의 못 잤지만 샤워는 매일 하고 있는듯 불결한 느낌도 아니었다.

“마츠리...... 힘냈구나...... 다 같이 마쉬멜로 파티 하자......”

“......호? 프로듀서 님?”

“.......”

잠꼬대인가. 꿈 속에서 정돈 일은 내버려두지.

“......항상 지켜봐줘서 고마워...... 하지만 기왕이면 ‘구운’ 마쉬멜로 파티로 부탁하는거에요.”

그게 포인트다.

“......알겠죠?”

항상 내가 듣고싶었던 말을 해 주는 당신. 나를 믿어준 당신. 그런 당신과 함께이기 때문에 나는......

그의 자는 얼굴을 질릴때까지 쳐다보고, 미안하다고 생각하며 나는 그의 몸을 살짝 흔들었다.

“프로듀서 님, 자려면 집에서 자는거에요. 수면은 제대로 취해야 몸이 건강하답니다? 감기 걸릴지도 모르는거에요. 커피도 식어가는거에요. 프로듀서 님. 일어나세요.”

안되겠다. 일어날 기색이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잠든 왕자님은 공주님이 키스로 깨워버릴수도 있는데요......?”

나는 그의 뺨에 가까이 다가가서......


“프로듀서 님, 좋은 아침이에요!”


-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