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랑 별로 관계 없는 글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필요 없는 존재인가?

라인슬링 2022. 3. 1. 00:07

SSR 임퍼펙트 초코, 로코

 

올해에도 어김없이 로코의 생일이 찾아왔다. 2021년 3월 1일에는 지금까지 로코에 대해 내가 생각해온 것들을 정리하는 글을 올렸었다. (이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읽고 오시면 더 좋고요!)

로코는 어떤 아이? 담당 P가 정리한 로코에 관한 이야기.

 

올해에도 로코와 관한 글을 뭐라도 좀 올려볼까 하고 생각을 하다가, 마침 얼마 전에 일본의 로코P들 사이에서 소소하게 화제거리가 되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당시 로코에게 어떤 일이 있었고, 로코 담당 P인 나는 그와 관련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등등을 두서없이 적어보려고 한다.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필요한 존재인가? 

 

로코는 밀리시타의 시즌제 컨텐츠에서 CLEVER CLOVER 팀에 소속되었다. 밀리시타에서는 시즌제 도입과 함께 시즌패스를 판매했는데, 시즌패스의 특전 중 하나로 멤버들과 주고받는 메시지가 있었다. 

당연히 로코P로서 가장 기대되는건 로코가 보내는 메시지였다. 로코에게서 온 메시지는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닉네임을 써서 본인의 아트를 인터넷에서 판매하고 있었다. 여태껏 하나도 팔리지 않다가 드디어 하나가 팔려서 기쁘다!'  

관점에 따라서는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이 봐온 로코의 기행 중 하나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위화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로코P들이 주목한 포인트는 'P가 모르는 곳에서 로코가 자신만의 예술 활동을 하고 있었다'라는 부분이었다.

765프로덕션에는 다양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반드시 그런 재능이 P를 통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과자 만들기를 좋아하는 하루카는 스스로 주말에도 쿠키를 만들며 제과 실력을 키우고 있고, 미나코는 수준급의 중화요리 실력을 통해 가족들과 함께 사타케 반점이라는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로코아트는 그런 재능들과는 조금 궤가 다르다. 로코는 자신의 예술성을 아이돌 활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로코의 말을 빌리자면, 뉴 제너레이션의 인스톨레이션을 아이돌이라는 형태로 액추얼라이즈 하는 것)

'로코아트'는 여전히 대단하다. 무너졌지만 (슬픔)

사타케 반점의 요리사 미나코에겐 프로듀서가 필요하지 않지만, 765프로덕션의 아이돌 미나코는 프로듀서가 필요한 존재라고 구분 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듀서 입장에서 아티스트 로코와 아이돌 로코는 사실상 구분 할 수 없는 존재에 가깝다. 작년에 내가 썼던 글에도 비슷한 말이 있다. '로코의 아이돌 활동은 아티스트 활동의 부분집합에 가까운 것이다.' 라고 말이다.  

인터넷 샵을 통해 아트 피스를 판매하는데 성공한 로코는 분명히 아티스트로서 한 발을 더 내딛게 되었다. 그리고 이 성장은 프로듀서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이루어졌다. 닉네임을 써서 판매했기 때문에 아이돌 로코의 유명세를 빌어 성공한 것도 아니다.

로코는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아이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성장이 아이돌 활동의 테두리를 벗어난 곳에서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티스트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그다지 필요가 없는 존재가 아닐까?  

내가 로코의 메시지를 보고 든 위화감은 이런 생각이 베이스로 깔려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로코P들도 마찬가지였을테고.  

하지만 로코에게서 온 다음 메시지를 보고 나니, 나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결국 로코는 아티스트 

 

프로듀서가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으니 주소를 알려달라'라는 선택지를 골라 메시지를 보내면 로코에게서 답장이 온다. 로코는 '그 샵은 아이돌 로코의 네임벨류에 기대지 않는 별개의 것'이라면서 거절한다. 로코는 본인의 아트 능력만으로 도전하는 개인적인 공간이라고도 말한다.  

로코는 예술가로서의 본인에 대한 자긍심이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돌이라는 이점을 포기했을 때 과연 자신이 아티스트로서 정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가졌던 것이 아닐까.  

현실에서도 이런 사례는 존재한다. 본인이 유명 작가라서 책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닌가 의심되어 순수하게 작품성만으로 평가를 받고자 다른 필명을 사용해 글을 냈던 스티븐 킹이나 조앤 K 롤링과 같은 작가들이 그렇다.

결국 로코는 아티스트이고, 아티스트는 작품을 통해 평가받는다.

다행히 로코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또 다른 닉네임을 사용해 만든 쇼핑몰에서 로코가 자신의 아트 피스를 판매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비록 오랜 시간 기다려 겨우 첫번째 물건을 파는데 성공한 것이지만, 로코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점이 되었을 것이다.

로코는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아티스트로서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아낸 것이다.  

아이돌이 아닌 로코가 아티스트로서 고평가를 받았다는 점이 프로듀서에게는 불안 요소로 작용 할 수 있을까.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오히려 아이돌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도 로코는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로코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아이돌활동에 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로코는 아티스트로서의 자긍심이 강하다. 만약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순수하게 로코의 아트로 승부를 봤는데 잘 풀리지 않았다면, 로코는 아이돌이라는 네임밸류가 본인의 예술 활동을 과도하게 돕는 일종의 '치트키'로 생각 할 가능성도있다.  

로코가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마 그 시점에서 로코는 아이돌을 그만 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로코가 아이돌 활동을 계속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비록 오랜 시간동안 팔리지 않다가 겨우 하나 팔린 것에 지나지 않지만, 로코에게는 '팔렸다'라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다.  

사후에야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은 고흐의 사례를 들며, 로코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작품이 인정받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P에게 말한다. 아마도 로코는 이 일을 계기로 본인의 작품이 인정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콤플렉스도 어느정도는 해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남의 시선 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남들과 본인의 미적 센스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로코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그로 인해 고민하는 대사도 있다.)

 

 

 

 

프로듀서 = 로코즈 파트너 

 

이렇듯 로코에게는 중요한 기점이 생겼지만, 이는 아이돌 활동의 테두리 밖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아쉽게 느껴지지 않았다. 로코의 '프라이빗 아트'에도 프로듀서의 영향은 깊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코가 보낸 메시지에는 로코가 처음으로 판매에 성공한 로코아트가 프로듀서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는 말이 있다. 프로듀서는 여전히 로코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위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로코에게는 '정당하게 인정받는 것'이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로코는 아이돌이라는 방패를 벗어던지고 승부에 나선 것이고.  

자, 여기까지 깨달았다면 더 이상 로코P들은 프로듀서가 로코에게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로코는 시종일관 프로듀서를 '로코나이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 칭한다. 아티스트로서 인정받는 것이 로코에게 중요한 가치라면, 프로듀서는 로코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 로코는 아이돌 활동과 분리를 시도한 본인 고유의 예술 세계에도 프로듀서를 초대 한 것이다.  

인터넷 샵에서 아트를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로코는 다른 아이돌 동료들 누구에게도 말 하지 않고 가장 먼저 프로듀서에게알렸다. 다음에 샵에서 판매 할 아트피스가 완성되면 프로듀서에게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프로듀서와 함께 있으면 로코는 어떤 도전이라도 브레이크스루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로코는 본인의 인터넷 샵을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마도 로코가 새로운 것에 끊임 없이 도전 할 수 있게하는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이야말로 로코 담당 프로듀서가 할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코가 프로듀서에게 붙인 호칭 '로코즈 파트너'가 조금 더 의미있게 와닿게 된 순간이었다.

 

 

 

 

결론,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꼭 필요한 존재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꼭 필요한 존재이다. 그것이 아티스트로서의 로코이든, 아이돌로서의 로코이든. 어느 쪽이든간에 프로듀서는 로코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힘을 지녔다.

1년 전에 썼던 글, 그리고 이번 글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별 것도 아닌 대사 한 줄, 커뮤 하나에 너무 깊은 의미를 담으려고 한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것도 재밌으니까.

두서 없이 쓰며 정리해놓고 보니 결국엔 1년 전에 낸 결론과 비슷해졌다. 그러니 마무리도 1년 전에 쓴 문장을 그대로 가져오도록 하겠다.

지금까지 로코와 함께 해 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까지 그 모든 것이 가치있는 기억이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로코의 매력을 알아주길 바라며 마친다.

 

 

2022.03.01
해피버스데이 로코!

 

 

 

 

ps. 몇몇 P들의 망상 중에서는 '로코의 아트를 구매한 당사자가 사실은 프로듀서였지만 로코에겐 비밀로 했다.' 라는 재밌는 가설도 있었다. (프로듀서 대신 미사키나 치즈루가 들어가는 것도 재밌겠다는 의견도 있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