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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는 어떤 아이? 담당 P가 정리한 로코에 관한 이야기.

라인슬링 2021. 3. 1. 00:02

로코의 일러스트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걸 고르라고 하면 결국 이거다.

 

내가 밀리시타를 통해 밀리언 라이브를 접하게 된지도 3년을 넘어 4년을 바라보고 있다. 매년 돌아오는 로코의 생일에 뭘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이번에는 담당 P로서 로코라는 캐릭터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로코는 어떤 아이?

장기간에 걸쳐 설정이 누적되고 캐릭터의 깊이가 더해져가는 컨텐츠에서 어떤 캐릭터를 한 단어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로코라면 비교적 쉽지 않을까. 로코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하면 '아티스트'라는 단어를 고를 수 있겠다. 로코라는 캐릭터를 이루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아티스트를 빼놓고 로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단순히 예술적 센스가 남다르다거나, 성격이 독특한 것이 아니다. 여타 창작물에 자주 등장하는 엉터리 예술가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로코의 실력은 제법 훌륭하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물론이고 조각, 설치 미술, 무대 연출, 의상 디자인, 푸드 아트 등등 수 많은 분야에서 재능을 뽐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로코는 다재다능!

다만 로코의 독특한 예술적 센스, 즉 "로코아트"로 대표되는 그녀의 예술 세계가 지나치게 난해하고 추상적인 나머지 그것을 제대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다. 그래서인지 로코는 학교에서 딱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다는 묘사도 있었다.

바로 그 부분이 핵심이다. 로코에게는 '로코아트를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P와 로코의 관계, 그리고 이벤트 스토리에서 그 중요성에 대해 조금 더 깊게 생각해보기로 했다.

 

 

로코와 P의 관계

나는 밀리시타 속 스토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사람에게 가장 먼저 메모리얼 커뮤를 읽어보라고 권한다. 밀리시타에서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스토리라고 부를 수 있는 내용이 메모리얼 커뮤이기 때문이다. 39프로젝트 소속 멤버들은 스카우트나 오디션 때부터, 본가 13인의 경우 시어터가 생기며 새로이 후배들을 맞이하게 되는 시기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로코 메모리얼 커뮤 1화에서 로코는 765프로덕션의 공연을 보러 왔다가 무대에 감화되고, 그 모습이 프로듀서의 눈에 띄어 스카우트된다. 로코가 아이돌이 된 계기이다.

로코도 아티스트로서 언젠간 저 스테이지에 서 보고 싶어요!

로코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본인을 '아티스트'라 칭했다. 아이돌이 되기로 결심한 이유도 본인이 아이돌 무대에서 영감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무대에 서고 싶은 이유 역시 아티스트로서 새로운 형태의 아트를 실현하기 위함이라 했다. 로코는 아이돌이라는 형태로 아트를 하고 있다고 말한다. 로코에게 아이돌 무대는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작품이다. 아이돌 활동은 아티스트 활동의 부분집합에 가까운 것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돌을 동경했거나 노래 혹은 춤이 좋아서 아이돌이 된 캐릭터들과 로코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로코는 아이돌 무대를 본인의 아트 활동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본인의 무대를 직접 창작하고자 하는 욕구도 크다. 그래서 로코는 의상이나 무대를 직접 꾸미거나, 연출에 참여하는 묘사가 많다.

하지만 아무리 로코라도 모든 무대를 전부 본인이 연출하고 꾸밀 수는 없는 법.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활동 방침은 프로듀서의 방향을 따르고 있다. 여기서 프로듀서가 로코의 아트를 이해해 주는 사람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자긍심이 높은 로코가 본인의 예술 활동(여기서는 아이돌 활동이 되겠다)의 일부를 프로듀서에게 믿고 맡기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로코가 프로듀싱 방침에 공감하는 것을 넘어서 프로듀서가 로코의 예술적 감각을 이해하고 로코가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로코의 예술적 센스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더더욱 프로듀서는 로코에게 중요한 인물이 되었고, 아이돌 활동이 아티스트로서 정체성이 강한 로코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꾸준히 주는 것으로 보인다.

자 그럼 로코가 주역으로 등장했던 두 이벤트를 살펴보자. '월요일의 크림소다'에서는 로코와 프로듀서 사이의 신뢰,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가장 빛나는 모습을. 'fruity love'에서는 로코와 동료 아이돌 사이의 관계, 그리고 슬럼프를 겪는 아티스트 로코에 관해 생각 해 보려고 한다.

 

 

로코즈 프로듀스 유닛, Jelly PoP Beans

프로듀서는 극장에서 아트를 만들고 있던 로코, 그리고 옆에서 로코 아트를 (고의는 아니었지만)부수고 있는 스바루를 만나게 된다. 새로 만들 유닛에 대해 고민하던 P는 로코와 스바루를 유닛 멤버로 삼기로 결정한다. 이 때 로코가 제안한다.

프로듀서! 인스피레이션이 떠올랐어요♪ 이 유닛을 로코가 프로듀스 하게 해 주세요♪

그 파격적인 제안에 스바루는 화들짝 놀라지만 프로듀서는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시어터에선 전례없었던 '아이돌이 직접 프로듀스한 유닛'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로코는 길거리에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던 아유무, 극장 입구에서 로코아트를 치우라고 혼을 내는 모모코를 차례로 영입하며 유닛 멤버를 완성시킨다. 그 후 '레트로 팝'이라는 유닛의 메인 컨셉을 로코가 결정하고, 유닛 스테이지와 의상 디자인까지 로코가 완성하며 유닛 Jelly PoP Beans(이하 젤리팝빈즈)가 탄생하게 된다.

로코가 평상시에 보여줬던 아티스트로서의 자신감 그 너머의 것을 보여준 스토리였다. 유닛을 만들고 프로듀싱하는 것은 본래 프로듀서의 역할이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프로듀서가 로코에게 전면적으로 맡길 정도로 로코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고, 그것을 요구할 정도로 로코도 자신이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본인의 능력에 대한 자긍심과 거침없는 추진력이야말로 로코의 성장 동력이며, 프로듀서 또한 그 사실을 잘 이해하고 서포트하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월요일의 크림소다' 이벤트 스토리는 아티스트로서 로코의 능력이 가장 빛났던 이야기였다. 로코가 소속되어있는 다른 어떤 유닛보다도 로코를 중점적으로 조명하고 주역으로 만들어줬다. 내가 젤리팝빈즈를 향해 느끼는 감정이 다른 유닛보다 훨씬 특별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티스트의 슬럼프, fruity love

'월요일의 크림소다' 이벤트 스토리가 아티스트로서 로코의 가장 빛나는 부분을 조명했다면, 'fruity love' 이벤트 스토리에서는 아티스트로서 겪을 수 있는 슬럼프에 대한 부분을 조명했다.

지방공연에서 아카네와 로코는 듀오를 짜 공연을 하게 된다. 여기서 로코와 아카네는 함께 인터넷 방송을 하며 공연 홍보를 하게 된다. 아카네는 로코에게 방송에서 사용할 마스코트 캐릭터를 만들어달라고 하고, 로코는 그 제안을 받게 된다.

아카네 : 로코쨩이 있으면 디자인도 문제없고…… 될거야! 이건 될거야!
로코 : 오브콜스에요! 최고의 프로덕트를 크리에이트할게요♪

하지만 아무리 로코라고 해도 원하는 아트를 순식간에 뽑아낼 수는 없는 법. 공연 준비를 위해 레슨을 받고 인터넷 방송도 진행하며 마스코트 디자인까지 병행하는 것은 로코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로코는 인터넷 방송에서 마스코트 캐릭터를 소개하기로 했던 날까지 디자인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만다.

마스코트를 완성시키지 못한 로코에게 아카네는 웃으며 신경쓰지 말라고 하지만, 로코는 그 말에 상처를 받고 시어터를 뛰쳐나가고 만다. 로코는 마감 시간 내에 작품을 완성시키지 못했다는 사실에 크게 상심했을 것이다. 특히 로코를 믿고 맡긴 아카네에게도 미안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카네가 '완성시키지 못해도 괜찮다'라고 말하자, 실은 자신의 작품을 기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닐까.

로코는 자신의 작품을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아티스트로서 큰 자긍심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래서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면서까지 디자인에 매진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실패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묘사되어왔던, 주변 인물들이 로코의 센스를 이해하지 못해서 생기는 해프닝과는 달랐던 것이다.

다행히 아카네는 그런 로코의 마음을 금방 알아차렸다.

로코는 아티스트니까 작품이 완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거지.
완성되지 않으면 아무에게도, 아무것도 전해지지 않으니까.
그런건 아무것도 만들지 않은거랑 마찬가지니까!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카네쨩이 틀렸어! 전혀 몰랐던거야. 정말로 미안해!

아카네가 로코의 내면을 잘 이해하는 친구 중 하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대사였다. 아카네의 말을 듣고 로코는 상처받았던 마음을 회복하고 두 사람이 함께 디자인을 고민하여 공연 전에 마스코트를 완성하기에 이르른다.

'fruity love' 이벤트는 슬럼프를 맞은 아티스트 로코가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로코는 재능이 뛰어난 아티스트지만, 로코아트가 결코 편하게 만들어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며 아트에 임하는 로코의 진지한 자세가 조금 더 부각된 스토리가 아니었나 싶다.

 

 

로코와 주변 인물

시어터의 아이돌이 다 그렇지만, 로코도 동료 아이돌이나 프로듀서와 무난하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생활하고 있다. 물론 다수의 아이돌이 로코아트를 난해하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에서 서술한 두 이벤트 스토리를 보면 능력이 과소평가당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런 인물들 중에서도 로코와 유독 친하다고 묘사되는 캐릭터들이 몇 있는 편이다. 이를테면 코로쨩이라 부르며 귀여워하는 치즈루, 15세 동갑내기 스바루, 듀오를 짰던 아카네, 같이 게임을 하며 노는 안나 등이 있겠다. 밀리시타에 와서는 의상 디자인을 맡는 사무원 미사키와도 제법 연이 깊다.

미사키는 로코 SSR 일러스트에도 등장했었다!

이런 인물들 중에서도 특히 밀리시타에서는 아카네와 안나가 스토리상으로 깊게 엮인 편이었는데, 아카네는 'fruity love' 스토리에 관한 단락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얼추 다 적었으니 안나와 관한 이야기를 하자.

안나가 로코를 상대할 때 보여주는 모습은 제법 독특하다. 로코가 신나서 로코 특유의 말투로 떠들며 흥분할 때 스바루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지만 멋져! 라고 대답하고, 모모코는 이해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아카네는 아무튼 다 받아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안나만은 로코를 거침없이 무시해버리는 것이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다.

정말 냉정하게 무시해버린다 ㅋㅋㅋㅋㅋ

그런 안나와의 관계가 가장 깊게 조명되었던 것은 로코의 솔로곡인 'STEREOPHONIC ISOTONIC'이 추가된 메인 커뮤 74화이다. 로코는 안나와 게임을 하며 게임을 즐기는 방식에 대한 방향성의 차이로 서로 다투게 된다. 로코는 게임 내의 크리에이티브한 생산성을, 안나는 장비를 맞춰 사냥하는 플레이를 우선으로 꼽았기 때문. 아마도 시어터 전체를 통틀어서 (감히 건방지게) 게임에 관해 안나에게 이견을 제시하고 다투는 사람은 로코가 유일하지 않을까.

아무튼 결국 로코와 안나는 서로 의견은 다르더라도 두 사람 모두 '함께 게임하는 것'을 즐겁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화해를 하게 된다. 메인 커뮤 74화는 로코에게 때로는 싸우면서 의견을 나눌 수도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임에서도 생산적이며 창조적인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는 모습을 포기하지 않는 모습 또한 로코다운 모습이었다.

안나와 로코 사이의 관계에 관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제복시리즈 로코 카드와 함께 공개된 4컷 만화이다.

P들이 뽑은 4컷 만화 인기투표에서 1위를 했다.

로코나 안나가 담당이 아닌 P들에게도 인상 깊었던 이 4컷 만화는 안나와 로코 사이의 관계를 좀 더 친밀하다고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조금은 든다. 아니면 어디까지나 로코 관련 컨텐츠에 조금 더 관심이 많은 내 착각일수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로코는 모모코와 함께 할 때는 연하인 모모코에게 언니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느낌이 들고, 스바루와 함께 할 때는 기운찬 스바루에게 끌려다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갑내기 편한 친구와 함께 하는 모습을, 치즈루와 함께 할 때는 언니에게 과보호를 받고 가끔 놀림 당하기도 하는 나이 어린 동생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누구에게나 정중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치즈루가 유독 로코에게만은 별명을 지어 놀리는 모습을 보면 치즈루가 정말로 로코를 귀여워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한다.

다양한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하며 P와의 관계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로코의 일면을 보는 것도 컨텐츠의 재미 중 하나겠다. 앞으로도 여러 캐릭터와의 관계를 통해 로코의 캐릭터성이 더 깊어지길 바라고 있다.

 

 

자, 그래서 로코는 어떤 아이?

정리해 볼까. 로코의 컨셉은 처음부터 끝까지 명확하게 '아티스트 아이돌'이다. 파고들어 이해해보더라도 내면의 로코가 달라지지 않는다. 항상 예술가로서 열정으로 가득차있고, 자신감이 넘친다. 자긍심이 높기 때문에 그 만큼 본인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필요하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도 있다. 따라서 그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로코를 프로듀싱 할 때 가장 핵심이 될 것이다. 로코는 본인이 걷고자 하는 길이 명확한 아이돌이다. 프로듀서는 로코의 앞을 걸으며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기 보다는 그녀의 옆을 함께 걷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역시 로코즈 파트너는 프로듀서밖에 없네요!

나는 아티스트 로코, 그리고 아이돌 로코를 위해 담당 프로듀서로서 함께 걷고 서포트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로코와 함께 해 온 시간, 그리고 앞으로 함께 할 시간까지 그 모든 것이 가치있는 기억이 될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로코의 매력을 알아주길 바라며 마친다.

 

 

2021.03.01
해피 버스데이 로코!

 

 

 

2022년에도 뭘 좀 썼습니다.

로코에게 프로듀서는 필요 없는 존재인가?

 

(3월 23일 추가) 유튜브 아이마스 채널의 3월생 아이돌 축하 영상에서 제 코멘트가 소개됐습니다 :D

 

(* 중간에 삽입된 4컷 만화의 번역 출처는 여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