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리시타 게임 외 번역/2차 창작 번역

2차 창작 소설 번역 : 나와 언니와 한다씨

라인슬링 2020. 4. 26. 14:50



예술가는 괴짜가 많다는 말이 있다. 고흐도 그랬고 피카소도 그랬다. 그들의 철학은 가끔은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내 언니 "토쿠가와 마츠리"의 그런 사차원적인 행동도 어떤 의미로는 예술인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나는 옆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소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한다 미치코라고 했었지. 나와 마찬가지로 입학하자마자 미술부에 가입한 아이 중 하나이다. '미치코'란 이름은 한자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어렴풋하지만 겉보기에도 인상적인 아이여서 존재는 항상 의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3년간 함께 예술가의 원석으로서 '일단은' 서로 절차탁마 해 나가는 관계였다. ……덤으로 나는 지금까지 그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 기억이 없었다. 그래도 '일단은' 이라는 말을 붙인 것이다.

 

한다는 나와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과도 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말수가 적은 것도 아니었다. 그 날도 귀를 기울여 보니 그녀가 이야기를 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구와 이야기 하냐면, 비둘기다. 언제부터인가 이 부실에 눌러앉은 비둘기와 그녀는 자주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하곤 했다. 한 번 들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여기랑 여기 에리어가 오디언스에게 비춰지는 이모션은 월드를 도미네이트 할거에요! 비둘기님, 알겠어요?"

 

,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림을 봐도 여전히 이해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걸 좋아하지만 예술은 전혀 모르겠다. 어쩌면 그녀와 파장이 맞는 사람이라면 그 사차원적인 작품의 미를 알아차려줄까. 그렇다면 우리 언니가 딱 알맞을지도 모르겠네.

 

그런 별 것 아닌 생각을 하며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내 그림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창문 밖에서 보이는 나무"였다. 정말로 대중적이지만 계절에 따라 색이나 모습이 변해서 몇 번이고 소재로 삼아도 질리지 않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분위기를 느끼며, 그것을 그리기 시작했다.

 

 

= = =

 

 

부활동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평소와 마찬가지인 풍경이 비춰진다. 도쿄에도 꽤 익숙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쪽으로 이사 온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이 곳에 온 뒤로 변한 것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내 언니가 아이돌이 된 것이 가장 특별했다.

 

언니는 도쿄에서는 자기 본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을 알고 캐릭터를 철저하게 만들어나갔고, 결국 꽤나 인기를 얻었다. 언제 한 번 언니가 출연하는 라이브를 몰래 보러 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언니의 인기가 엄청났다. 나는 언니를 내심 바보 취급하고 있었지만, 그 곳에서는 완전히 인정받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언니와 적극적으로 연관되려고 하지 않았다. 언니는 도쿄에 와서 성격이 너무 많이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예전부터 언니를 알던 사람이 보면 이 변화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당연하다. 덕분에 최근에는 언니와 이야기 할 기회가 많이 줄어들고 말았다. 언니는 원래 적극적인 사람이라 대화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날도 언니가 학교에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 양 손을 잡고 눈을 반짝이며 말을 걸었었다.

 

"지난 번에 너랑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공주네 아이돌 사무소에 들어온거에요. 로코라는 이름인데…… 혹시 몰라요?"

 

언니는 공주 캐릭터를 각성한 나머지 집에서도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를 하고야만다. 하지만 언니 치고는 오랜만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 학교에서 아이돌 데뷔를 한 아이가 있다는 사실은 아이돌에는 관심이 없는 나에게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로코"라는 이름은 유감이지만 들어 본 적이 없다. 아마 후배인가. 우리 3학년들은 이제부터 수험에 들어갈 시기라 바빠질 테니 아이돌 활동을 굳이 지금 하려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나는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자 언니는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혹시 만나면 잘 지내주는거에요. 여기 사진 두고 갈게, 알겠지?"

 

언니는 가끔 공주 캐릭터 대신 평범하게 말을 할 때가 있다. 평상시에도 그렇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해 줄 리가 없지. 아무튼 내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니 언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벗어났다. 나는 언니가 놓고 간 사진을 집어들었다.

 

……나도 모르게 두 눈을 의심했다.

 

아니 두 눈이 아니지. 세 눈, 네 눈이 있어도 의심을 했을 것이다. 틀림 없다. 그녀다. "한다 미치코". 이름은 다르지만 3년간 봐 온 그 얼굴 그대로다. 부실에서 비둘기를 친구로 삼았던 그 얼굴이다! 너무나 충격적인 나머지 아찔해져서 사진을 손에 들고 내 방으로 들어가 그대로 침대에 드러누워버렸다.

 

예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은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 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설마 아이돌 데뷔라니. 한다는 어쩌면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별난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실례되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그 사진은 충격적이었다.

 

 

= = =

 

 

충격을 받고 난 이후로 수개월. 한다는 점점 미술부에 오는 날이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며칠에 한 번씩 안 나타나는 날이 있다가, 점점 간격이 길어져서 부실에서 그녀를 보는 날이 줄어들었다. 그녀의 친구(?)인 비둘기도 한다가 없는 날에는 어딘가 가버려서, 결과적으로는 그녀의 자리 주변이 꽤 쓸쓸한 모양새가 되었다.

 

미술부가 조용해지고, 한다가 아이돌이 되었다. 이 두가지 외에는 특별히 변한 점이 없었다. 일단 그녀는 언니와 동료라는 기묘한 접점이 생기긴 했지만 이야기를 나눌만한 일은 없었다. 언니가 잘 부탁한다는 이야기를 했으니 나도 접촉 할 기회를 엿보긴 했다. 하지만 그녀는 부활동에 나타나는 날조차도 비둘기와만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내가 개입 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성과는 없다. 아니, 아마 그녀는 내가 누구 여동생인지도 모를거라 생각한다. 일단 한다가 언니를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오늘도 나는 미술부에 남아있었다. 애당초 이 부실과도 조만간 작별을 하게 될 것이지만.

 

우리 3학년은 슬슬 은퇴 할 시기였고 그녀와 비둘기도 이젠 만날 수 없게 된다. 그녀가 찾아오는 페이스를 보아하니 만날 기회는 앞으로 몇 번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하다못해 한 번 내 입장을 이야기 해 볼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을까.

 

나는 잡념을 떨쳐내고 스케치 소재로 생각을 돌렸다. 그 후로는 평소대로 조용한 풍경이 부실에 퍼졌다. 이게 당연하다면 당연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떠들썩했던걸 돌이켜보니 약간 감상적인 기분이 느껴졌다. 그런 감상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부실 문이 덜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옅은 색의 머리카락,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다른 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그 곳에는 한다가 서있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실례하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부실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주변을 뽈뽈 돌아다니며 둘러보기 시작했다. 뭔가를 찾고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찾고 있는게 없었던걸까. 그녀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내 옆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저기, 로코즈프렌드 못 봤나요?"

 

로코즈프렌드라니 그 비둘기 말인가? 하긴 본 지 오래되긴 했다. 평소대로라면 한다가 오지 않는 날에도 가끔은 책상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나는 모른다고 그녀에게 말 하자, 허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내 어깨를 붙잡았다.

 

"……혹시 오늘 만나면 로코에게 커넥션 해 주세요. 부탁 할 수 있을까요?"

 

커넥션. 연결. 연락…… 연락 해 달라는건가? 의미는 어떻게든 알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부실에서 나갔다. 바빠보이는 한다의 모습을 보고 순간적으로 부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었지만 금세 그들은 각자 그림에 집중했다. 반면에 나만이 스케치를 멈추고 그녀를 뒤쫓았다. 하지만 복도로 나가자 한다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표정을 찌푸렸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눈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한다의 연락처도 모르니까 비둘기를 보더라도 연락 할 방법이 없다. 학교 선생님에게 물어봐도 개인정보라며 아마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려 스케치 하던 자리 앞에 도로 앉았다.

 

그녀가 비둘기를 찾고 있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급히 찾는걸 보니 꼭 필요하다는건 틀림없어보였다. 찾아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둘기가 올만한 곳은 부실밖에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건 그림을 그리며 비둘기를 찾는 것 정도다. 못 찾아도 너무 원망하지 마.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약간 죄책감을 느꼈다.

 

왠지 모르게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문득 창 밖으로 시선을 옮기자 창문 밖에 나무가 보였다. 내가 자주 소재로 삼아 그렸던 "창문 밖에서 보이는 나무". ……생각해보니 그녀가 아이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이 나무를 그릴 때였다. 언니가 가져온 사진에 놀랐던 것도 지금 생각하니 오래 전 일이다. 그렇다. 그러고보니 그 날 언니와 한다는 서로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론 어떨까. 연락처를 주고 받을 정도는 되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부실에서 나무를 노려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정말로 그저 노려보기만 했다. 나도 모르게 나무에 대해 드는 생각이 있었다. 어렴풋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기 위해 좀 더 자세히 주시했다. 이윽고 나는 그 사실을 알아냈다. 나뭇가지가 갈라지는 부분에, 잔가지들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 아직 만들다 만 그 공간에 그녀의 친구가 문자 그대로 둥지를 튼 것을 발견했다.

 

나는 그 비둘기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보니 발견했다는 기쁨보다 먼저 슬픔이 앞섰다. 한다가 점점 부실에 오지 않게 되자 비둘기는 있을 장소를 새로 찾았고 결국 나무 위로 옮기게 된 것일까. 사실이 어떨지는 모르겠찌만 왠지 모르게 머리 속에서 그런 스토리가 펼쳐졌다. 아마 누구한테 영향을 좀 받았나보다.

 

……나는 데셍 도구를 정리하고 부장에게 사과하며 재빨리 귀갓길에 올랐다. 시간은 곧 5시가 된다. 언니는 집에 있을까.

 

 

= = =

 

 

집에 돌아가니 언니가 나를 맞이했다. 나는 서둘러 오늘 부실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그걸 들은 언니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로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로코랑 마츠리는 정~말로 사이가 좋답니다. 지금 전화를 걸 테니 잠깐 기다려 봐. 알겠지?"

 

역시나, 두 사람은 잘 맞았나보다. 언니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비둘기의 안부를 전했다. 이야기를 잠깐 나누고, 언니는 전화를 끊고 나에게 말 했다.

 

"내일 비둘기님과 이야기를 해보고 괜찮다면 사무소나 로코네 집 근처로 둥지를 옮기겠다는 모양인거에요. 그리고 부실에서 너에게 감사인사를 하고싶대."

 

비둘기와 이야기를 해 본다는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게 언니다웠다. 아무튼 이걸로 일은 해결이 됐다. 나는 언니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안심하고 부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방과후, 한다는 비둘기와 둥지를 안고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베리 땡큐에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 하는 모습은 지금까지 학교에서는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눈이 부셨다. 아 역시 이 아이는 아이돌이구나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실감이 났다.

 

그리고 그 날을 마지막으로 한다를 부실에서 보게 되는 일은 없었다.

 

 

= = =

 

 

그 일이 있고 얼마 후, 나는 언니에게 지나가듯이 물었다. "왜 그녀가 부실에서 비둘기를 데려가려 했는지"에 대해서. 아마 친구를 옆에 두고 싶었나보지 싶어서 확인차 물었다. 하지만 언니의 답변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잡지 기획으로 사진을 찍게 되었다는게 이유인거에요. 촬영이 시작되기 며칠 전에 같이 찍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기획……? 궁금했던 나는 언니를 재촉해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다. 언니는 고개를 끄덕이곤 잡지 하나를 가지고 와 책상에 펼쳤다.

 

"이거에요."

 

나는 잡지를 읽어보았다. "아이돌 제복 시리즈"란 이름이 적힌 기획에는 한다와, 한다가 머리 위에 올린 비둘기가 찍혀있었다. 색과 크기를 보면 그 비둘기가 틀림없다. 나도 모르게 쿡쿡 웃었다. 이전의 사건이 이제서야 완전히 납득이 되었다.

 

생각해보니 부실에서 비둘기를 데려가려고 했을 때도 본 적이 없는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게 전부 "아이돌 제복 시리즈"라는 기획에 의한거였구나. 나는 개운해진 마음으로 그 사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비둘기만 신경을 썼는데 이렇게 보니 꽤 예쁘긴 하다. 처음 언니에게 받은 사진에 비하면 표정도 꽤 밝아졌다. 학교에서는 볼 일이 별로 없었던 표정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설렜다. 그러던 참에 언니가 나에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다다음주에 생방송으로 로코랑 공연을 하게 된거에요. 괜찮으면 네 이야기를 방송에서 해도 될까?"

 

나는 괜찮다고 답했다. 예전같았으면 싫다고 했겠지만 분명 나도 이번 사건으로 인해 변한거겠지. 생각해보니 언니를 대할 때 느껴졌던 껄끄러움도 거의 없어졌다. 나는 마음 속에서 한다와 비둘기에게 감사는 표했다.

 

 

= = =

 

 

그리고 2주가 지나고 방송이 시작 될 시간이 왔다. 이런 방송은 평소 같았으면 언니가 부끄러워서 절대로 안 보겠지만 이번에는 잘 봐 줘야지. 나는 방에 놓아둔 TV 앞에 앉아 방송 시간을 기다렸다. 그리고 아이돌들의 타이틀 콜과 함께 방송이 시작되었다.

 

몇 분 보다 보니 알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이 방송 컨셉은 "아이돌이 진행하는 버라이어티풍 정보 방송"인 것 같다. 다들 화사하고 보기만 해도 지루하지 않았지만, 언니나 '한다'가 이 안에 섞여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 우스꽝스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두 사람은 도중에 참가하는 게스트라 아직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다. 어서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 하고 계속해서 보고 있으니, 사회자인듯한 아이돌이 코너가 바뀐다고 알려왔다. 다음은 게스트가 나오는 코너. 즉 두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되겠지. 나는 TV에 집중했다.

 

소개를 받고 등장한 언니와 한다는 집이나 학교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인상을 풍겼다. 한다는 말 할 것도 없지만 언니의 아이돌 모습을 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둘 다 말투는 여전했지만 지금 보니 역시 예쁘다. 아이돌 다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소개를 가볍게 마치고 간단한 토크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에 어메이징한 일이 있었어요! 로코의 스쿨 메이트 중에 마츠리즈 시스터가 있었어요!"

 

"맞아요! 마츠리도 정말로 깜짝 놀란거에요!"

 

갑자기 내 이야기가 나와서 당황했다. 일단 마음의 준비는 해 뒀지만 내 이야기가 전파를 탄다는 사실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이야기를 놓치지 않도록 TV에 집중했다. 그 후로 비둘기 이야기가 가볍게 나오고, 내 이야기는 마무리가 되어갔다. 나도 차근차근 숨을 고르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정리를 하며 사회자가 언니에게 마이크를 향했다.

 

"마지막으로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으세요?"

 

"……다음에 로코랑 셋이서 같이 마쉬멜로 파티를 하는거에요!"

 

나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마쉬멜로는 내가 좋아하고, 언니는 싫어하고, 그리고 '마츠리 공주'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이 차이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언니다운 부분이라면 그것도 좋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몇 십 분이 지나고 영화 광고 영상과 함께 방송이 종료되었다. 나는 TV를 끄고 핸드폰을 들고 현관으로 걸어 나가 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다. 내용은 단순했다.

 

"무리해서 먹을 필요 없어, 공주님"

 

언니를 공주라고 부른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자를 받는 언니 표정을 상상하니 또 어처구니가 없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문 앞에서 핸드폰을 넣었다. 그리고 그대로 집 밖으로 나와 자전거에 올랐다.

 

나는 마트에 갈 생각이다. 물론 목적은 마쉬멜로 파티에 필요한 것들을 사기 위해서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뭐가 필요할지 생각해봤다. 마쉬멜로는 확정이고…… 일단 비둘기 모양 과자라도 준비해볼까. 언니는 그렇다 쳐도 한다가 뭘 좋아하려나. 다음에 본인에게 물어볼까.

 

그렇게 두 사람 생각을 하며 나는 페달을 밟았다. 그 표정이 아마 평소보다 훨씬 밝았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