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기전에
-. 이 글은 한 로코 담당 유저가 "꿈이 한가득! 메르헨 아이돌 이야기" 이벤트를 통해 로코를 분석한 내용을 담은 글입니다.
-. 코믹마켓93에 출품된 책을 사온 뒤, 원작자로부터 번역 및 게시 허가를 받은 번역물입니다.
-. 기울임체로 적혀있는 문장은 모두 캐릭터의 대사입니다.
-. 번역자는 그리마스를 플레이 해 본 적이 없는 유저입니다. 관련 용어 번역 등이 한국의 그리마스 유저들이 사용하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Today Was A Fairytale
글쓴이 : ストーム叉焼
출품일 : Comic Market 93 (2017.12.31)
머리말.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잊을 수 없는 10월 30일.
점심 쉬는 시간에 트위터를 연 내 눈에 그 문장이 보였다.
GREE판 밀리언 라이브! 의 갱신종료.
11월 중순에 열릴 이벤트가 최종공연이라는 사실. 순차적으로 사양 변경 갱신 정지가 이뤄진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이 가까운 시일 내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뜻이라는 사실.
그 날 점심은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오후 업무도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서비스 종료가 믿겨지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마음 속에서 떠오른 감정에는 설마 하는 경악이 절반, "아, 드디어 끝나는건가"하고 납득하는 마음이 절반씩 섞여있었다. 오랫동안 함께 한 밀리언라이브 프로듀서들도 같은 감정을 느낀 사람이 많았을거라 생각한다.
그리마스는 수 개월 전부터, 사람에 따라서는 반 년 전부터 조용히 쇠퇴하는 낌새를 느낄만한 요소가 엿보였다.
신규 카드가 감소가 여실히 드러난 것은 초대카드였다. 4장 4종류의 압도적인 볼륨으로 시작한 초대카드는 이윽고 최종 단계를 남겨두고 차분화 하여, 그 이후에는 차분마저도 1장 남고, 최종적으로는 초대카드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초대카드는 모두 아이돌의 매력이 가득했기 때문에 자기가 담당하는 아이돌의 초대카드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던 사람은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
차분이 되고, 매수가 줄어들고, 갱신 빈도가 줄어들어가는 와중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카드니 어쩔 수 없다." 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곤 했지만, 결국 반 이상의 아이돌을 남겨놓고 그 갱신이 끝나는 순간 "아아, 밀리마스가 상당히 어려운 상태구나." 하고 분노와 포기를 담은 말이 악담처럼 튀어나왔다.
애당초 데레마스도 오래 전에 초대카드 갱신 자체가 종료됐었고, 매출로 연결되지 않는 초대카드를 게임 매출의 지표로 삼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가능했던 것이 불가능해진다." 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일련의 흐름은 그리마스의 쇠퇴를 느끼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애당초 이런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시어터 라이브! 만큼 종막을 느끼게 하는 이벤트는 없었을 것이다.
좋게 말 하자면 아이돌들의 집대성, 나쁘게 말하자면 총집편 느낌이 나는 통일된 테마의 가샤, 혹은 이벤트군. 그 가챠도 R이나 HR을 완전히 배제한 채 각성 SR 3종만이 추가되는 새로운 형식. 이제 신규 이벤트보다 많은게 아닌가 싶은 페이스로 개최되던 복각 이벤트.
누가 보더라도 그리마스가 게임을 정리해가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그것은 이를테면 액티브 수라던가, 바자 출품이나 거래내역 등의 우리가 엿볼 수 있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리마스의 종료에는 동요했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정말 끝날 것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시간상에 "지금"과 "그리마스가 끝나는 날" 사이가 연결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신규 카드가 줄어들고, 유저가 줄어들고, 밀리시타가 시작되고 시어터 라이브편이 진행되어가는 동안 끝나는 날이 확실히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알 수는 없었다. 끝날 것 같아, 끝날 것 같아 하고 생각하면서도 '아이마스'라고 하는 컨텐츠가 끝나는 사실 자체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끝날 것 같아"라고 생각하더라도 "끝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고 GREE판 밀리언 라이브가 종료하자 밀리마스도 여느 소셜게임들이 가지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아케마스는 온라인 대전이 종료되었지만 지금에 이르러도 플레이 가능한 점포가 존재한다. (물론 그 뒤에는 관계자의 힘이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엑박마스도, DS도, 아이마스 SP도 한참 전부터 DLC 갱신이 멈췄지만 본편은 당연히 플레이가 가능하다.
패키지로 발매된 게임은 아무리 오래되더라도 어떻게든 플레이 할 수단이 손에 남는다. 소셜게임은 그 점이 다르다.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접할 수단을 영원히 잃는다. 과거 아이모바(※역주:과거 아이돌마스터에 관련된 배경화면이나 보이스 등의 컨텐츠를 볼 수 있었던 유료 사이트)가 걸어왔던 그 길을 그리마스도 뒤따르게 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온 방대한 텍스트, 일러스트, 보이스. 그 모든 것이 서비스 종료와 동시에 소멸한다.
다행히 GREE판 밀리언 라이브에서 공개된 그것들이 모조리 데이터의 바다 속 물거품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플레이 했던 우리들의 마음 속에 남는다며 자기위로하는 말이 아니라, 대부분이 관람 가능한 수단으로 남지 않을까 하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플레이어들에게 사랑받았지만 서비스 종료를 맞이한 넥슨판 케모노 프렌즈가 그것을 이루어냈다. 서비스 종료를 앞두고 뜻 있는 사람들이 게임 내 텍스트나 이벤트를 스크린샷이나 동영상 같은 형태로 캡쳐하여 관람 가능한 데이터로 인터넷상에 남겨두는데 성공하였고, 훗날 대히트한 애니메이션 방송 도중에 대부분의 시청자가 플레이 한 적 없는 게임판의 설정이나 세계관을 알 수 있도록 도왔다.
밀리언 라이브! 라면 모든 것을 남기지는 못하더라도 중요한 것을 남기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이미 데이터베이스 구조를 만든 유저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마스는 게임 자체가 소멸하더라도 그 컨텐츠에 접할 수단은 존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렇게 그리마스가 끝나고 밀리시타로 이동해가는 중에 나는 아쉬운 기분도 들었다. GREE판이 정사가 되지 않고 과거가 되어가는 사실이.
소셜게임은 구체적인 "끝"을 인정하지 않는 전개를 필요로한다.
FGO의 "제 1부"와 같이 단락을 나눠가는 방법은 가능하며, 그리마스도 여러 가지 새로운 전개와 단락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으며 "이야기의 종착점"으로 향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무언가"를 배후에 두고 있는 아이돌들도 그 해결을 향해 큰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놓여져있던 복선은 소비되지 않고 어느샌가 방대해진 텍스트 사이에 숨어버리게 된다.
사요코가 말하는 "그 아이"가 누구인지는 말 할 수 없고, 중요한 존재라 할 수 있는 마츠리의 여동생에 대해서 파고드는 일도 없다.
소셜게임이라는 컨텐츠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모가미 시즈카라고 할 수 있다. 그녀는 아버지로부터 아이돌 활동에 대해 시간적 제약을 받은 상태이며 그로 인해 시간이 없다며 초조해하는 설정도 있었지만, 실제 게임 내에서 그 시간이 오는 일은 없다.
한편 겟산에서 연재된 밀리언 라이브 코미컬라이즈에서는 그 제한 시간을 소재로 한 시즈카가 주역 중 한 명으로 등장하여 다가오는 시간 제한에 초조해하며 갈등하는 모습이 이야기 후반의 주축이 된다. 같은 설정을 배경으로 한 같은 아이돌이지만 "이야기의 종착점"이 존재하는 만화판에서는 그것을 전부 살린 기승전결을 전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이 코미컬라이즈가 명작이라 불리기 충분한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완만한 시간이 흐르는 그리마스에서도 아이돌들의 시간이 완전히 멈췄다고 말 할 수는 없었다.
알기 쉬운 변화를 맞이한 아이돌 중 한 명으로 모치즈키 안나가 있다.
그녀는 본래 다운된 성격의 OFF 모드와 하이텐션으로 아이돌을 연기하는 아이돌 모드가 전환되는 이면성을 지닌 아이돌이었다. (의도적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인격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하자)
그러나 그녀가 아이돌 활동을 하는 도중 한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안나는 "특별 방송! 생방임까!? 선데이 x50" 이라는 이벤트 내에서 일기예보를 전하는 아나운서 역으로 활약하게 되었지만 OFF 모드도 하이텐션 모드도 역할에 적합하지 않았다. 프로듀서와 일심동체가 되어 이 문제에 도전한 안나는 그 낮은 텐션도 아니고 아이돌의 하이텐션도 아닌 새로운 모습의 "평온한 모드"를 몸에 익힌채 이 상황을 극복했다.
이것은 안나라는 캐릭터상에 대한 명확한 변화였으며, 한 가지 이벤트를 통해 이것을 겪은 안나는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명확한 형태가 아니어도 다른 아이돌 역시 끝 없이 멈춘 세상 속에서 천천히 성장해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시어터 데이즈로 이행하면서 그것은 리셋되었다.
양측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다른 시공"으로 양립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리마스는 끝나버린다. 그 후의 주축은 밀리시타의 세계선이다.
종료한 게임의 설정은 과거가 된다. 한 때 765프로가 몇 번이고 경험했듯이.
"과거"의 미키에겐 각성 미키라는 형태가 있었다.
"과거"의 아미, 마미는 두 사람이 한 사람의 아이돌로 등장했었다.
"과거"의 히비키나 타카네, 미키는 961프로에 있었다.
모두 "과거엔 그랬다"라는 설정이다.
그리마스에서 성장한 그녀들도, 그리마스에서 밝혀졌던 설정도 "그랬던"일이 된다.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으며 이윽고 일부 P의 기억 속 단편으로 남아있는 정도가 되어 사라져갈 것이다.
그렇게 되는건 어쩔 수 없다. 모든 것을 안고 가는 컨텐츠는 언젠가 설정의 모순에 휩싸여 발이 묶인다.
설정을 새로이 하는건 나쁘지 않다.
그러나 나는 마음에 남은 것이 있었다.
"이것만은 버려두고 가서는 안된다." 라고 사명감을 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이 있었다.
애당초 메이저한 설정은 아니다. 현재 그리마스P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을 내용. 하지만, 로코P에게는 무엇보다도 충격적이었던 시나리오.
결국 나는 그리마스가 "그랬던 것"이 되어가는 이 순간에 와서야 이것을 남긴다.
로코라는 아이돌의 근본과 관련있는 이야기.
다른 아이돌에겐 없었던 "과거"에 극한까지 발을 디딘 시나리오.
이 책은 과거 GREE판 밀리언 라이브에서 개최된
"꿈이 한가득! 메르헨 아이돌 이야기"라는 이벤트에 대해 논한다.
로코가 상위였던것도 아닌 어떤 이벤트의 기억.
서장. Who are you?
자, 진행하면서 매번 언급하지 않도록, 먼저 이 이벤트의 형식을 설명해 둘 필요가 있겠다.
"꿈이 한가득! 메르헨 아이돌 이야기"는 소위 "극도형식"이라 불리던것이었다.
이벤트에 선출된 아이돌들은 각자 이벤트마다 공통된 테마로 출연 제의를 받는다. 그러나 아이돌들은 각자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그 때 프로듀서가 커뮤니케이션을 취하여 아이돌을 이끌어주고 일을 성공시킨다.
게임 시스템으로 설명하자면 프로듀스하는 대상을 한 명 골라서 원기를 소비하며 "프라이베이트 레슨"이라는 이름의 커뮤를 발생시켜 포인트를 버는 형식이며, 모바일판 데레마스의 아이프로에 가깝다. (또한, 이 이벤트가 극도형식이라 불리는 이유는 같은 형식의 첫 번째 이벤트가 '極めよ!アイドル道'인 점에서 유래했으며, 훗날 유키호가 상위였던 것이 이 형식이었던 점은 관계가 없다.)
극도 이벤트는 도중에 리뉴얼되었지만 예전에 이 형식은 방대한 텍스트량이 그 매력이었다. 커뮤에는 대성공 커뮤와 성공 커뮤 두 종류가 있었으며 메르헨 이벤트에 와서는 그 합이 120개를 넘었다. 막간을 포함하면 8000자를 넘는 이 커뮤에서 아이돌의 새로운 정보나 일을 대하는 태도, 평소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감정등이 드러나며, 각종 이벤트 중에서도 개인 아이돌을 파고드는데 있어서는 따라올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이 형식의 극도 이벤트는 아이돌 설정과의 모순을 일으키지 않도록 방대한 텍스트를 준비하는 노력이 문제였는지 언제부턴가 표시된 행동을 선택하여 단문을 출력하는 형식으로 변화되어 갔지만, 이전에 프로듀서들은 극도 이벤트에 담당 아이돌이 등장하면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점에 가슴이 두근거리곤했다.
자, 메르헨 이벤트에서 로코는 완주 보상였으며 디즈니 영화로도 유명한 라푼젤로 분장하여 등장했다. 평소대로 창작에 몰두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어딘가 나른해보이는 표정은 여지껏 로코에게서 볼 수 없었던 것이며, 앞으로 로코의 퍼스널리티가 어떤 식으로 선보일지 기대됐었다.
완주 보상인 로코 스토리를 접하기 위해선 미라이와 타마키의 스토리를 어느정도 진행해 두 사람의 커뮤 레벨을 올려야 했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으로 허겁지겁 이벤트를 진행했고, 이윽고 로코의 프라이베이트 레슨을 개시한 로코P의 머리 속에는 어떤 위화감이 떠올랐다.
다시 한번 말 하게 되지만, 극도 이벤트는 "고민하는 아이돌에 대해 프로듀서가 조언을 해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스토리"였다. 로코의 프로듀스를 개시했을 때 표시된 인트로덕션 텍스트를 읽어주길 바란다.
(이하 전부 로코의 대사)
"……윽. 엄마라고 생각하고 모르는 사람을 탑 위로 불러버렸어…… 당신, 누구인가요? ……아이돌 프로듀서?
지금 당장 고우 백 해주세요.
로코는 당신에게 볼 일도 없고 당신도 로코에게 볼 일이 없을거에요.
……엣, 로코의 소문을 듣고 스카우트 하러 왔다……고요? 뭐, 그야 로코는 노래도 마벨러스하지만…….
……어쨌든 고우 홈이에요. 로코는 디오라마 컨스트럭션 때문에 비지해서, 리퀘스트는 받지 않아요!
……우우… ……돌아갈 생각은 없는것같네요. ……멋대로 하세요.
아무리 들러붙어도 로코는 밖으로 나갈 생각 따윈 요만큼도 없으니까요!"
우리들이 느낀 위화감이 느껴지는가? 참고하기 위해 같은 이벤트에 참가한 미라이, 타마키, 세리카의 인트로덕션을 일부 발췌한다.
미라이
"프로듀서님♪ 이번에 제 역할은 '성냥팔이 소녀'네요♪
열심히 할게요♪ 에헤헷♪
'성냥팔이 소녀'는 통구이 닭이 나오는 굉장히 맛있는 이야기였죠? (하략)"
타마키
"두목! 이번에 극장에서 뮤지컬을 하지?
타마키의 역할은 자유롭게 밖을 날며 노는 팅커벨이야!
이 역할은 중간에 커다래져서 남자들에게 인기 만점이 돼!
리오가 좋아할 것 같은 설정이네.
……그치만 타마키, 대본에 써있는 여자아이다운 모습……이라는거 잘 모르겠어 (하략)"
세리카
"제가 주역인 연극…… 드디어 본방이네요. 두근두근거리지만……
용기를 내서 스테이지에 올라가야지…….
저, 이번에 연기하는 여자아이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아요. (하략)"
어떤가? 세 사람은 "역할을 연기하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그 점에 고민하는 모습은 극도 이벤트 형식을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반면에 로코의 모습은 어떤가? 대사 내용은 탑 속에 틀어박힌 라푼젤 그 자체, 로코가 아이돌이 아닌 것 같은 말투, 게다가 로코와 프로듀서는 완전히 초면. 극도 이벤트의 형식에 어긋난다는걸 떠나서 현재의 로코와 프로듀서 사이의 관계조차 없다.
난감해하는 로코P는 무시한 채 이벤트는 계속해서 "라푼젤"과 "프로듀서를 칭하는 누군가"의 대화로 이어져나간다.
몇 가지 커뮤를 발췌하자. (이하 진행도 Lv.0~9)
"……로코는 여기서 엄마와 둘이 살고 있어요.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방해하지 말아줄래요?" (성공.1)
"……밖이 노이지 하네요. ……장난꾸러기 요정 팅커벨이 왔나? ……흐음…. ……로코랑은 관계 없지만요." (성공.3)
"……평소엔 뭘 하는 사람인가요? ……아이돌 프로듀스? ……로코는 그런건 필요없어요." (대성공.4)
"……헤에, 아이돌이라는건 이렇게 반짝반짝한 드레스를 입는거군요. ……흠…." (대성공.5)
이것은 '로코가 누구보다 빨리 역할에 몰두해있기 때문이다' 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이벤트에 놓인 로코의 프라이베이트 레슨 커뮤는 120개 있지만 그 중 '아이돌로서의 로코'와 이야기 한다고 생각되는 것은 양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밖에 없다. 그것도 마지막의 마지막에 가서야 "하늘을 나는 역할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다음에 라이브다" 정도에 불과하며 라푼젤을 연기하는데 생긴 갈등도 대본의 내용을 말하는 대사도, 이번 이벤트를 맞이해 드는 생각에 대해 말하는 모습조차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로코만이.
밀리시타로 입문하거나 하여 극도 이벤트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뭐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걸리는지가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굳이 예시를 들어보자면 애니마스 후타미 자매 방영분에서 30분간 통째로 무진합체 키사라기를 방송하는것과 같은 수준의 이상함이다.
'아이돌 로코'가 아닌 로코와 '프로듀서를 칭하는 누군가'의 대화로 이벤트는 진행된다. 라푼젤은 자신을 로코라 부르고, 아트나 비둘기를 언급하는 로코다운 부분도 충분히 포함된 캐릭터이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는 현재의 로코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아이돌이 아닌 로코와 대면하는 프로듀서도 현재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우리들의 대리인이 아니다. 처음부터 사무소에 전원이 모인 상태에서 프로듀스가 시작되는 그리마스에서 아이돌이 아닌 시절의 아이돌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리고 그는 누구인가?
역설적으로 생각해보자. 이것이 정말 라푼젤과 프로듀서라는 수수께끼의 남자의 시나리오였을 경우, 우리는 전혀 관계 없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읽는 셈이다.
내면을 파고드는 것이 매력이었던 이벤트에서 담당 아이돌의 완주 보상 스토리를 읽기 시작했는데 어레인지를 가미한 동화가 튀어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라니 폭동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므로 이 라푼젤과 프로듀서의 이야기는 로코와 프로듀서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로코와 프로듀서의 이야기라고 가정한다면 우리들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직 아이돌이 아니었던 로코", "그녀를 스카우트 하러 온 프로듀서"
그렇다. 이것은 로코가 아이돌이 되기 전, 과거편인 것이다.
이렇게 쓰면 당치도 않은 이론을 비약시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서술했듯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시나리오의 텍스트들이 로코와 관계성을 갖지 않는 것이 된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럼 이것이 '로코의 과거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다시 한번 인트로덕션을 읽어보자.
"디오라마를 만드느라 바쁘다"라는 발언은 잘 알려진 로코의 모습과 매치된다.
신경쓰이는건 이 문장이다.
"로코는 밖으로 나갈 생각 따윈 요만큼도 없으니까요!"
라푼젤은 탑에 유폐된 캐릭터이며 그에 걸맞는 말이다. 이것이 로코의 이야기라면 이끌어낼 수 있는 설이 하나 있다.
"로코는 원래 히키코모리였던게 아닐까?"
이 설은 일부 오래된 로코P라면 떠올릴법한 구절이 있었다.
초기의 로코는 커뮤니케이션이 서투르다는 묘사가 가끔 있었다. 특히 명확하게 드러났던것으로, 과거 존재했던 '버스트 커뮤'에서 반 친구들과 교류가 잘 안된다는 점을 프로듀서에게 고백하는 장면이 있었다. 과거에 히키코모리였다면 커뮤니케이션을 겁내던 이전 로코의 모습과도 겹쳐진다.
그리고 이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는 라푼젤과 프로듀서의 이야기를 축으로 한 이야기로서 진행되어간다.
'라푼젤이라는 소재만으로 그녀가 전 히키코모리였다고 단정짓는 것은 시기상조다'라는 의견도 이해할 수 있다. 적어도 이 단계에서는 그저 라푼젤 이야기와의 관련성만이 그것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읽는다면 '히키코모리'가 그녀와 떼어놓을 수 없는 소재라는 사실 또한 확인 할 수 있다.
이제부턴 가능하면 메르헨 이벤트 커뮤를 관람하며 읽어나가길 바란다. 현재 내 블로그매거진 "ストーム叉焼のもうまたやきでいいです"의 해당 기사에서 로코의 커뮤 부분을 텍스트 데이터로 남겨두려고 한다.
1장. 탑의 공주님
진행도 제 1단계(Lv0~9) 성공 커뮤 10, 대성공 커뮤 10, 합계 20
커뮤레벨 0~9인 1단계, 이미 수 차례 언급했지만 이야기는 라푼젤 로코가 실수로 프로듀서라 칭하는 남자를 방으로 불러오면서 만남이 시작된다.
우선, 앞으로 원작의 라푼젤과 혼동을 막기 위해 로코가 연기하는 라푼젤을 일부 로코P들이 사용하는 '로콘젤'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로 한다.
라푼젤 원작과는 출입이 금지된 탑에 유폐되어있다는 점, 그 긴 머리카락으로 어머니인 마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 어느 날 왕자를 끌어올리고 만다는 점 등이 공통점이다.
모르는 남자를 방으로 초대했다는 사실에 동요하는 로코를 향해, 프로듀서는 로코에게 권유할 것이 있어 왔다고 말한다. 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는 로코는 당연히 그 제안을 거절하고 지금 당장 돌아가라고 요구하지만 프로듀서도 방에 눌러앉은 듯, 사태는 교착된 채 기묘한 공동생활이 시작된다.
"밖에서 친구들과 놀라니, 오디너리한 말 하지 말아요. ……로코에게는 사명이 있으니까요." (성공.4)
"……바깥 세상은 싫어요. 로코가 만든 디오라마가 더 원더풀하다고 생각해요." (성공.10)
"……평소엔 뭘 하는 사람이에요? ……아이돌 프로듀스? ……로코는 그런건 필요없어요." (대성공.4)
밖에 나가는것에 대한 강한 거부. 아이돌이 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모습이지만 굳이 말 하자면 무관심이 이유인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완전히 아이돌에 흥미가 없다고 불 수는 없다.
"……헤에, 아이돌이라는건 이렇게 반짝반짝한 드레스를 입는거군요. ……흠…." (대성공.5)
라며, 그녀 나름대로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요소는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녀의 세계에 들이닥친 불청객일 프로듀서에게 대성공 커뮤에서는 의외일 정도로 빠르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기뻐하세요! ……어쩌면 당신은 로코의 어시스턴트로서 우수할지도 모르겠네요." (대성공.3)
"……싫은건 아니니까 프로듀서의 이야기라도 해보던가요. ……디오라마를 만들면서 들을게요." (대성공.8)
"프로듀서와 함께 로코 캐슬에서 춤 춘다면 즐거울까? ……아니지, 로코 캐슬은 리얼에는 없는 디오라마 캐슬이랍니다." (대성공.10)
그녀가 겁내고 거부하는 바깥에서 찾아온 프로듀서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다.
그녀는 바깥 세상을 겁내면서도 어딘가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던게 아닐까.
"……어, 어떤가요? 로코 아트……. 로코 아트에 대해 감상 같은게 있으면 들려주시던가요." (대성공.6)
이 커뮤가 그것을 나타내고 있다.
아트는 자기 표현이며 겉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당신은 자신의 작품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수 있는가? 역으로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것을 계속 만들어나갈 수 있는가.
금욕적인 수도승이라면 가능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그녀는 아니었다.
아트를 통한 자기 표현과 타인을 거부한다는 점 사이의 모순.
로콘젤은 홀로 그 점에 괴로워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그 때 나타난 프로듀서는 타인이면서 로콘젤에게 관심을 가진채 나타났다. 당연히 그녀가 만드는 아트에도 관심을 보였다.
그녀는 그녀의 아트를, 그리고 자기 자신을 긍정해 줄 존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마음을 열기 시작한게 아닐까.
그 의문은 다음 커뮤를 통해 밝혀보도록 하자.
여담이지만, 이 단계에서 프로듀서는 꽤나 당당히 머물러있는 듯 하며, 어처구니 없는 커뮤가 존재하기도 한다.
"……매일 검은 빵 하나밖에 안 먹는게 그렇게 이상한가요? ……별로 배 고프지 않은데요." (성공.6)
"……그 빵을 먹고 나면 고우 홈 해주세요." (성공.9)
……그 후에 빵을 먹었을까? 로콘젤이 음식에 관심이 없는건 훗날을 위한 복선이지만, 그건 우선 제쳐두더라도 왜 먹었던걸까?
로콘젤의 말투도 "빵이라도 먹고 돌아가라" 가 아니라 "빵을 먹고싶어하는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줬다." 였거나, 혹은 "눈치채고 보니 벌써 먹고있었다." 같은 말투이다.
애초에 탑에서 나갈 수 없을뿐더러 자기 힘으로 식재료를 조달하는것도 불가능한 소녀의 식재료를 맘대로 먹어버리는건 어른스럽지 않지 않은가.
이것은 로코가 히키코모리였던 사실을 암시하는게 아닐까? 라는 이론을 제시하는 책이니만큼, 이것을 현실의 로코에게 적용했을 경우 P는 무엇을 했던걸까? 방에 틀어박힌 로코가 먹던 칼로리 메이트라도 빼앗은걸까?
프로듀서의 상식이 의심스러운 와중에도 로콘젤과 프로듀서의 이야기에 진전은 없는 듯 보였다.
그 때 새로이 제삼자가 개입하며 로콘젤의 이야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2장. 넓어져가는 세상
진행도 제 2단계(Lv10~19) 성공 커뮤 10, 대성공 커뮤 10, 합계 20
로콘젤의 탑에 나타난 방문자는 오오가미 타마키가 연기하는 팅커벨이었다.
괴롭힘으로부터 도망치다 헤메이듯 탑으로 들어온 그녀는 그 곳에서 로콘젤의 디오라마 꼭대기에 있는 깃발에 마음을 빼앗겨 그것을 가져가버린다.
그 깃발은 그녀에게 유일무이한 존재였으며, 그것을 잃어버렸다는 것은 오랫동안 만들어온 디오라마 제작을 완성시킬 수 없다는 뜻이었다.
밖으로 나가는 것과 깃발을 잃는 것을 저울질 해 본 결과 로콘젤은 마음을 다잡고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프로듀서는 그에 어울려 동행한다.
이상이 제 2단계의 도입부다.
또한 이 한 장면에서 타마키는 타마키가 아닌 팅커벨로서 등장하고 있으며, 이 이야기가 아이돌 로코의 시공이 아닌 로콘젤의 시공이라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극도 이벤트에서는 성공과 대성공 두가지 커뮤가 존재하지만, 제 2단계에서는 두가지 커뮤 내용에 명암이 확실히 갈리고 있다.
성공 커뮤는 히키코모리가 밖에 나갔을 때의 겁쟁이 같은 부분이 강조되어 나타난다.
"로코의 모습 스트레인지 하지 않은가요? ……리얼리한가요? ……스트레인지하더라도 이거밖에 없어요." (성공.3)
"……방금 저 사람이 로코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 것 같아요. ……역시 옷과 헤어스타일이 스트레인지 한걸까……?" (성공.6)
"팅커벨을 찾기 위해 물어봐가며 조사하겠다고요? ……로코는 무리니까 프로듀서가 해 주세요." (성공.5)
자신이 붕 떠있는게 아닐까 하는 의혹,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피해의식,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을 어려워하는 점.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이 어려웠던 경험을 조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혹은 '히키코모리의 심리'를 조금이라도 상상할 수 있다면 그녀와 같은 반응을 상상하는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성공 커뮤는 그 태반이 바깥 세상에 위축된 로콘젤을 그리고있으며, 히키코모리로서의 부분, 말하자면 로콘젤의 '라푼젤'로서의 부분이 표현되고 있다.
한 편, 대성공 커뮤는 밝은 분위기다. 방금 했던 묘사처럼 말하자면, 이번엔 로콘젤의 '로코'로서의 부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부분이다.
"보세요 프로듀서! 엘레강트한 커브를 그리는 금속을 픽업했습니다! ……말의 편자라는건가요?" (성공.3)
"좋은 냄새……. 방금 지나간 사람이 먹고있던건 애플파이……인가요? ……로코도 먹어보고싶어요!" (성공.7)
"……우물에서 물을 뜨는 사람이 있어요……. 우물에선 어떻게 물이 나오는건가요? 도로 밑은 바다인가요?" (성공.8)
"……방금 저 사람 드레스 봤나요? 마치 아름다운 날개같은 빛깔을 띄고 있었어요……!" (성공.2)
몰랐던 세상을 향해 눈을 반짝이는 로콘젤.
히키코모리로 살아왔기 때문인지 모든 것이 신선하게 보인다. 무엇이든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지금껏 본 적 없는 고양된 모습을 프로듀서에게 보여준다.
시스템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대성공 커뮤는 발생조건이 베스트 초코라는 아이템을 소비하거나 낮은 확률로 랜덤하게 등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태반의 플레이어들은 성공 커뮤를 읽은 뒤 대성공 커뮤의 내용을 알게 된다. 우리는 이벤트를 플레이할 때 본래 바깥 세상을 겁내던 로콘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명랑해져간다고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다.
"바깥 세상은 무섭지만……. 하늘은 굉장히 예뻐요. 이렇게 밝았구나." (대성공.10)
……하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오래오래 행복했습니다'로 끝나지 않는다.
용기를 가지고 내딛은 희망 가득한 로콘젤의 작은 여행은 레벨 20에 도달하여 제 2단계가 종료될 때 끝맺음된다.
말하자면 그것은 '불행한 사고'. 이 글은 그 내용을 기록해두고 잠깐 쉬어갈까 한다.
로코 "프, 프로듀서! 이 오브젝트는 뭔가요? 방금 지나간 사람의 직업은? 이 도구를 쓰는 방법은?"
"……바깥 세상은 로코가 틀어박혀있던 사이에 훨씬 체인지해버렸네요……."
"……하지만 로코라면 더 아티스틱한걸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
"방금 얼굴을 가리기 위해 샀던 이 모자도……!"
"이렇게 저렇게…… 도로변의 플라워도, 말의 편자도, 대담하게 퓨전해서……. 보세요 프로듀서!"
"대유행할게 틀림 없는 여름의 패셔너블 햇이 완성됐어요! 처음 주운 사람에게 노 머니로 줄거에요!"
미라이 "성냥~ 성냥 사세요~ ……응? 뭔가 이상한 천조각이 떨어져있어……."
"잡초도 얽혀있고 ……쓰레기인가? 쓰레기통에 버려야지♪ …이얍♪"
로코 "……!? 자, 잠깐 그건…! ………………으으. 역시 로코는 바깐 세상은 싫어요……." (레벨 20 도달 커뮤에서)
(주. 이 커뮤내에서 '미라이'는 타마키와 같이 같은 이벤트 내에 그녀가 연기하는 성냥팔이 소녀를 지칭하는 것이며 미라이 자신의 행동을 나타낸 것은 아니다.)
3장. 불행한 사고
진행도 제 3단계(Lv20~29) 성공 커뮤 10, 대성공 커뮤 10, 합계 20
이야기를 진행하기 전에 제 2단계 종료 직후에 등장하는 제 3단계 도입 이벤트를 기록한다.
장면은 다시 탑 내부로 돌아온다.
(이하 전부 로코의 대사)
"……왜 그래요? 로코는 지금 베리 비지하니까 말 걸지 말아주셨으면 해요. 다시 한 번 밖에 나가지 않겠냐는 이야기라면 거절하겠어요."
"역시 로코는 여기서 디오라마 컨스트럭션을 하는게 가장 좋아요."
"……프로듀서만이 로코를 칭찬해준다면 그걸로……."
"로코 플래그는 없지만 디오라마가 지금 로코의 모든 것이니까. ……디오라마 만들러 가볼게요."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바뀐데 대해 놀란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바깥 세상에서 눈을 반짝이던 로콘젤이 어째서 다시 여기로 돌아왔는가, 왜 다시 바깥 세상을 거부하고 있는지.
이 느낌은 밀리마스의 커뮤나 이벤트를 잘 아는 사람일수록 잘 느낄 것이다. 왜냐하면 제 2단계에서 끝난 이벤트는 그리마스 문맥을 아는 사람일수록 느끼기 힘든 완곡한 표현처럼 나타나기 때문이다.
로코의 아트나 감성이 부정당하는 장면은 그리마스에서 종종 등장하고 있었다. 물론 긍정적인 평가는 훨씬 많지만 가끔씩 '뭐가 뭔지 잘 모르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아트가 있거나, 뭘 나타내고 싶은지 알 수 없는 물건 취급을 받기도 한다. 심하게는 그녀가 막 완성시킨 아트를 '쓰레기는 쓰레기통에'라며 눈 앞에서 파손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도 프로듀서가 말이다.
(여담이지만 이 쓰레기통 슛 버스트 커뮤는 어떤 로코P가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것으로, 내용이 충격적이어서 다른 P 사이에서도 급격히 퍼져나갔다. ……지금 여기서 자백하자면 당시 게시판을 달렸던 사람 중 하나는 나였다.)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말도 안되는 처사지만 그 이야기로 불타오르지 않았던 것은 어디까지나 개그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로코의 퍼스널리티를 부정할 수 있을지도 몰랐던 장면을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하여 비참한 것이 아닌 유머처럼 표현해왔다.
이번 장면도 그런 식으로 쓰여진 커뮤였다. 로코가 자신만만하게 만든 아트를 미라이가 쓰레기와 착각하고 이얍 하고 버려버린다. 이게 만약 이쿠가 만든 계란후라이였다면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겠지만 어쨌건 가벼운 분위기의 개그로서 끝내는 범주의 이야기다. "역시 바깥 세상은 싫어요"라는 마지막 대사도 개그 만화의 마지막 컷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나는 그리마스에서 만들어온 이 풍조를 한 번에 부정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된다. 이 이벤트 시나리오는 간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로코의 과거'라는 사실을. 그와 동시에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이 그녀의 과거 이야기라면 로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말이다.
나는 전에 '아트는 자기 표현이다'라고 서술했다. 로콘젤은 자신이 만든 아트의 감상을 듣고싶어했다. 그녀는 바깥 세상을 거부하고 있었지만 타인의 존재까지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프로듀서만이 로코를 칭찬해준다면 그걸로……"
이 말은 그녀의 본심이라고 느껴진다.
로콘젤은 아트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자신을 인정받기를 원하고있었다.
그래서 로콘젤은 바깥 세상에서도 아트를 혼자 완성하지 않았다.
편자와 들꽃을 합친 모자를 가지고 돌아가지 않고 '누군가 가져가겠지'하고 바랬다. 아트를 주워간다는건 아트를 인정받는다는 것. 나아가서는 로콘젤 자신이 긍정받는다는 사실과 다름없다.
그러나 그녀를 찾아온 것은 비극이었다. 제삼자가 그것을 쓰레기라 평가하고 버려버린 것이다.
로콘젤이 바깥 세상을 겁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오르게 한다. 그녀는 주위와 비교해 자신이 붕 떠있다고 생각하며 겁을 냈다. 다른 사람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지 않을까 무서워했다.
로콘젤은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부정당하는 것을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트에 몰두하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겁내고 있었다.
즉 "아트"라는 로코를 구성하는 주축이 부정당하는 것은 그녀 자신을 부정하는 것과 같으며 그녀가 가장 두려워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나던 순간이었다.
첨언을 하나 하자면, 미라이가 연기하는 성냥팔이 소녀에게 로콘젤을 비판하려던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 단순히 한 개인의 감정으로 움직였을 뿐이다.
그 장면에서 '악의'는 조금도 존재하지 않는다. 정말 운이 없었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것을 '사고'라고 비유했다.
이렇게 가볍게 적힌 문장 뒷편에서, 보는 우리가 마음이 아플 정도의 경험을 한 후 로콘젤은 다시 탑에 틀어박혔다.
"……이제 뭘 말하더라도 안 들을거에요. 로코는 평생 이 탑에서 살거에요." (성공.1)
모든 것은 도로아미타불, 그녀는 깃발도 잃어버리고 아이돌이 되는 것도 아닌 채 히키코모리 라푼젤로 돌아갔다. 다시는 바깥에 나가지 않을거라 말했다.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전보다 디오라마 컨스트럭션에 컨센트레이션이 안돼요……. ……많은것이 떠오르는 바람에." (성공.5)
"……그 때 ……먹어보고 싶어요. 애플파이……였나요? 프로듀서, 만들 줄은 모르죠?" (대성공.1)
"……거리에서 본 드레스를 메일로 오더할 수는 없나요?" (대성공.7)
"……탑에서 보는 하늘도 거리에서 봤던 하늘……. 같은 하늘일텐데 전혀 다르게 느껴져요……." (대성공.9)
로콘젤은 바깥 세상에 마음을 빼앗겨있었다.
바깥이 아무리 무섭더라도 세상의 빛은 그녀의 마음을 물들여가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그녀의 심경과 로코다움이 함축된 커뮤를 소개한다.
"……비둘기가 로코의 고민을 들어주지 않아요……." (성공.7)
이 한마디는 '그녀의 말 상대는 마녀를 제외하면 비둘기뿐이었다'라는 슬픔을 자아내지만, 이전부터 로코는 비둘기를 좋아했다는 사실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라는 부분에 있다.
굉장히 야박한 말이지만, 당연히 비둘기는 말을 할 수 없다. 대답도 듣지 못하는데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라고 말하는건 그녀 자신의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동물이 말을 들어준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예를 들면 알아 듣지는 못하더라도 개가 주인의 표정을 쳐다본다던가,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거리거나 하는 모습에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동물이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라는건 '말을 들어주는듯한 동작'을 인간이 읽어내는 것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은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기 때문에 동물과 이야기 할 수 있다.
전부터 로콘젤은 비둘기를 친구로 삼았을것이라 생각된다. 나도 비둘기를 좋아해서 자주 관찰하고 있는데, 비둘기는 무표정처럼 보이지만 거기서 개성이나 성격을 느낄 때도 많다. 눈치껏 인간을 관찰하고 있다가 인간이 뭘 떨어트리면 재빨리 날아가는 비둘기, 다 함께 날아가고 있으니 잘은 모르겠지만 따라가는 비둘기, 경계심이 옅어졌는지 구두 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는 비둘기. 잠시 몇 분간 비둘기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비둘기의 생활 환경마저도 전해져왔다.
과거에 로콘젤은 이렇게 비둘기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었던게 아닐까하고 추측 해본다. 그녀가 말을 걸 때마다 생긴 비둘기의 반응 하나하나를 비둘기의 감정이라고 생각하며 로콘젤은 받아들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깥 세상에 나가고 난 후로 비둘기는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판타지 세계관이라 해도 말하지 않는 이상 평범한 비둘기일테니 로콘젤이 밖으로 나간 전후로 비둘기의 태도가 눈에 띄게 바뀌었을리는 없다.
바깥 세상을 알게 된 로콘젤은 거기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비둘기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산만한 주의력으로는 비둘기의 미세한 동작을 읽어낼 수 없다.
비둘기가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로콘젤이 비둘기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파고들 필요는 없었을지라도, 이 한 문장은 로콘젤의 심경에 변화가 나타났음을 표현하고 있는 제 3단계를 상징하는 커뮤이다.
이리하여 제 3단계에서 그려지는 것은 '불씨'라고 말할 수 있다.
제 1단계와 같은 탑의 내부, 제 1단계와 같은 절대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면서도 그녀의 마음 속에는 확실하게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프로듀서 혼자로는 부족했다. 로콘젤은 인정받는 기쁨을 프로듀서에게서만 느꼈기 때문에 그 이상을 바라지 않게 되어버린 것이다.
이 불씨에 불을 당긴 것은 제 삼자의 방문이었다.
그녀들은 탑에 찾아왔다.
'원인'과 '원인'이 함께 손을 잡고.
4장. "지금"
진행도 제 4단계(Lv30~) 성공 30, 대성공 30
제 3장이 끝날 때 찾아온 것은 성냥팔이 소녀와 팅커벨이었다.
로콘젤이 밖으로 나갈 수 밖에 없게 만들었던 원인과
로콘젤이 다시는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게 만든 원인이 모였다.
로콘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격양되었을까, 아니면 거부했었을까.
제 3단계가 종료되고, 제 4단계가 시작되는 커뮤를 계속해서 보자.
타마키 "로코! 이야기는 들었어! 어려운건 잘 모르겠지만 같이 나가서 놀자!"
로코 "우우, 장난꾸러기 요정 팅커벨……. 고우 홈 해주세요. 로코는 이제 바깥 세상에는 나가지 않을거니까요."
타마키 "그런 말 하지 말고 놀자! ……이 깃발도 돌려줄게. 맘대로 가져가서 미안해!"
로코 "로코 플래그! ……다시 찾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이걸 캐슬 꼭대기에 올려놓으면……. 로코 캐슬 완성이에요!"
미라이 "앗 대단해! 멋진 성이네! 로코, 지니어스♪"
로코 "……네? 미라이도 로코가 지니어스하다고 생각하고 있나요?"
타마키 "타마키도 로코가 진─스하다고 생각해! (주. 원문 그대로입니다) 성이 너무 멋있어서 나도 모르게 깃발을 가져가버렸었거든!"
로코 "……네에? ………………그, 그렇죠!!"
(END)
(제 4단계 시작)
(이하 모두 로코의 대사)
"프로듀서, 역시 로코는 다들 말 하는 것처럼 마벨러스하고 지니어스하고 그레이티스트한걸까요……."
"……로코, 결정했어요! 로코의 탤런트는 넓은 세상을 만나야만 해요!"
"로코의 크리에이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한 밖으로 나가서 크리에이트해야 해요!"
"프로듀서가 말한 아이돌이라는것도 로코의 액티비티를 넓히기 위해 해볼까……."
"올해는 보더레스한 활동을 하고싶다고 생각해요!" (※1 역주 : 보더레스-borderless 한계/제한이 없는)
(END)
지금까지 한 갈등은 뭐였나 싶을 정도의 깔끔한 해결.
고찰을 하는 것이 의미없어 보이는 편의주의적 결말이 된걸까.
아니다. 그 정도로 해결 될 만큼 그녀의 고민은 간단했던 것 뿐이다.
정말로 그저 아트가, 그녀 자신이 인정받았다는 것 만으로도 만족한 것이다.
그녀가 밖에 나가야만 했던 것은 그녀의 아트를 완성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녀가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했던 이유는 그녀와 아트의 인정 여부다.
결국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들 바깥 세상을 향해 나가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
이렇게 로콘젤은 그 날 본 빛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최종단계에 도달하여 지금까지 각 단계의 3배에 이르는 방대한 커뮤가 등장하듯이, 그녀의 세계는 폭발적으로 넓어져갔다.
우선 눈이 가는 것은 갑자기 잔뜩 등장하는 아이돌의 이름들이다.
애당초 이 이벤트 자체가 여러 가지 동화가 섞여있는 세계관 속이었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이야기에 등장한 사람은 로콘젤과 프로듀서를 제외하면 마녀와 성냥팔이 소녀와 팅커벨 뿐이었다.
"레이카가 준 수수경단 꽤 딜리셔스 하네요……. 이거라면 조인해도 괜찮을것 같아요." (성공.6)
"프로듀서, 북풍 토모카와 태양 우미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거라면 맑은 날과 비오는 날 모두 쓸 수 있는 로코 브랜드 수트는 어떤가요?" (성공.7)
"스, 스바루, 유리코, 그만둬요! 로코는 높은 곳은 무서워요!" (대성공.10)
(주. 작중 스바루와 유리코는 아마 피터펜과 웬디 역)
시끌벅적 혼란스러운 세계관 속에서 다른 아이돌이 연기하는 캐릭터와 교류하는 로콘젤. 지금까지의 대사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끼지 않는가.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초코이벤트에서 다른 아이돌과 엮일때의 분위기와 비슷하다.
이 변화가 여실히 드러나는 커뮤를 소개한다.
"……밖이 노이지 하네요. ……장난꾸러기 요정 팅커벨이 나왔나? ……흐음…. ……로코에겐 관계 없지만요." (성공.3)
그리고 다음은 최종단계의 커뮤다.
"……타마키는 이런 색도 어울릴거야……. 강조색으로 옐로우를 넣어서 어른스러운 레이스를…… 후훗…." (성공.15)
'캐릭터 이름'이 아니라 '아이돌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이것은 초코이벤트에서 드는 평범한 그리마스 이벤트다움을 느끼게 한다.
이렇게 '나중에 이름이 나오는' 아이돌은 타마키 뿐이 아니다. 제 2단계에서 로콘젤은 장화를 신은 고양이를 보게 되는데, 최종단계에서는 그것이 아카네였다는 사실이 판명된다. 양측은 같은 '장화 신은 고양이'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변함없다.
또한 최종단계에서도 타마키를 팅커벨이라 부르는 커뮤가 있지만 이것은 방금 첨부한 커뮤에서 스바루와 유리코가 연기하고 있는 캐릭터가 피터팬과 웬디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함이라고 추측 할 수 있다. 역으로 말하자면 세계관이 합쳐지며 일부러 두가지 호칭을 바꿔가면서까지 지금까지의 커뮤와 앞으로의 커뮤를 구별하고 있는 것이다.
로콘젤이 탑을 뛰쳐나가 '아이돌'이 되겠다고 선언한 이후에 평범한 밀리언라이브, 즉 '아이돌 로코'의 세계선으로 분위기가 바뀐다.
로콘젤의 이야기가 아이돌이 되기 전의 로코를 표현하고 있다면 최종단계에서 로코는 '지금'을 '과거'와 대비하며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뭐든지 아트로 창조해가며 다른 아이돌과 엮이면서도 교류해나간다.
드디어 평소에 우리가 보던 '아이돌 로코'의 모습이다.
밖에 나가지 않을거라면서도 애플파이를 먹고싶어했다. 동시에 지금까지 먹어왔던 검은 빵은 필요없다고 말한다.
그녀에게 식사가 의무가 아니라 즐기기 위한 것으로 변화해가고 있다. '이제 필요 없어'는 '배불러'와 '검은 빵과 작별'이라는 두가지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덧붙여 여기서 말하는 검은 빵은 흑설탕을 사용한 빵 같은 것이 아니라 아마도 호밀빵을 말할 것이다. 호밀빵은 보존성이 높고 영양가 있으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반면, 요즘 우리가 먹는 빵과 비교하면 상당히 맛이 없다. 또한 검은 빵의 색이 검은 이유는 제분 정밀도가 낮기 때문인 듯 하며, 유럽에서는 흰 빵이 상등품이며 검은 빵이 하등품이었다고 한다.
이제 로콘젤은 보존이 편하고 쉽게 배가 부르다는, 기능성만 가진 식사로는 만족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최종막.
"……프로듀서! 마을에 이불을 사러 갈거니까 따라와주세요. 돌아오는 길에 애플파이도 먹고싶어요!" (대성공.1)
결국 원하던 애플파이를 먹을 기회도 얻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레이카가 준 수수경단 꽤 딜리셔스 하네요……. 이거라면 조인해도 괜찮을지도." (성공.6)
"냠냠…… 이거요? 엄마…… 치즈루가 정원에서 키운 라푼젤이라는 야채에요." (성공.13)
이외에도 여러 가지 먹을것에 대한 커뮤가 있다. 먹는 것을 즐기는 자유를 얻었다. 이것도 그녀의 변화 중 하나이다.
"매일 굿 슬립하니 밥도 딜리셔스에요. 퀄리티 오브 라이프가 상승하는 기분이에요!" (성공.9)
"……로코는 탑에 틀어박혀있던 시절에 프로듀서와 둘이 먹었던 검은 빵도 맛있었다고 생각해요." (대성공.12)
그리고 앞에서 이야기 한 '히키코모리'에 관한 이야기.
밖에 나가서 아이돌이 된 '지금의 로코'가 '과거'를 언급한다.
"이렇게 에브리원에게 네세서리한 로코가 틀어박혀있으려 했다니……. 안티 소셜한 행동이었어요……." (성공.29)
최종 단계에서는 '틀어박히다'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탑에 갇혀있던걸 '틀어박히다'라고 표현한 것 때문에 지금까지 암시해왔던
"라푼젤을 모티브로 삼은건 히키코모리를 비유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추측이 확신에 다다른다.
그러나 그것이 로콘젤의, 로코의 오점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지금도 아이디어를 떠올릴때는 탑 위 방에 틀어박혀요. 인스피레이션이 마구 떠올라요!" (성공.18)
"……로코는 탑에 틀어박혀있던 시절에 프로듀서와 둘이 먹었던 검은 빵도 맛있었다고 생각해요." (대성공.12)
"로코는 이젠 카리스마 아티스트가 됐지만 탑에 틀어박혀있던 시절의 마음은 절대 잊지 않을거에요!" (대성공.28)
그녀는 히키코모리였던 시기를 없었던 일로 취급하지 않는다. 밖에 대한 공포를 극복했더라도 과거와 작별하지 않는다. 빛나는 '지금'도 로코의 일부라면, 그녀 안의 혼자뿐인 세상도 또한 로코의 일부다.
"로코는 히키코모리였다."라는 표현은 네거티브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로코 자신은 그것을 부정하려하지 않는다. 지금 그녀에게는 그 과거조차도 자신에게 포함되는 것이며, 자기표현의 양분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에, 로코가 석세스 한 비결이요? ……두려워하지 않고 바깥 세상을 향해 발을 디딘 것이라고 로코는 생각해요!" (대성공.25)
"히키코모리였던 시기가 유즈레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캐슬을 구상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었어요!" (성공.20)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이 최종단계의 커뮤에 관해서는 끝이 없다. 정말 모든 것을 기록해두고 싶지만 그랬다간 이 책이 두 배는 두꺼워질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로코의 과거를 말하는것이라는 전제하에, 그리고 최종단계가 아이돌이 된 로코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 커뮤는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는다. 그녀에게 이런 '과거'가 있었다는걸 알게 된 지금.
'평상시의 아이돌 로코'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빛나보인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 여기서 마무리 짓도록 하고 그 후는 독자 여러분이 각자 이 이벤트 커뮤를 읽어나가며 하나하나 감상을 쌓아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나 확실한 것을 적어둔다.
지금 아이돌을 하고 있는 로코는 행복하다.
그 증거로 최종단계의 대성공 커뮤 하나를 발췌하며 글을 마친다.
"엘레나에게 부탁하면 뭐든지 소원을 세가지 들어준다는군요. 하지만 로코의 소원은 이미 이뤄졌으니까……." (대성공.18)
종장. Who done it?
여기까지 참 길게도 이 이벤트 커뮤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왔지만 반쯤은 주석처럼 이야기 해두고싶은 것이 있다.
이 이벤트 이후로 로코가 과거에 히키코모리였다는듯한 묘사는 없으며 그리마스에 그녀가 스카우트 되어 왔다는 서술도 없다.
왜냐하면 로콘젤을 포함하는 이야기는 밀리마스의 어떤 시공과도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시점에서 밀리마스라는 컨텐츠에 존재하는 시공은 세 가지다.
먼저 첫 번째는 그리마스 최초의 시공,
두 번째가 넥스트 프롤로그 편의 시공,
마지막으로 시어터 데이즈(밀리시타)의 시공.
로코의 자기소개 보이스는 어디까지나 처음 프로듀서와 만나는 듯이 말하고 있다.
넥스트 프롤로그 편에서도 로코는 먼저 사무소에 와 있다.
시어터 데이즈에서는 아이돌 라이브를 보러 온 로코를 스카우트한다.
그렇다. 히키코모리가 어쩌고 하기 이전에 '프로듀서가 로코를 방문해 스카우트했다.' 라는 사실이 어느 시공과도 연결되지 않는다. 처음 말했던 '이 프로듀서는 누구인가'가 전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굳이 말하자면 어떻게든 앞뒤를 끼워맞추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지금의 로코에게는 '자기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이며, 이 사람에게만 인정받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아하는 프로듀서'라는 존재가 자신(플레이어)과 별개의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런 NTR 느낌의 설정을 무리하게 끼워넣느니 '어느 시공과도 연결되지 않는다' 라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받아들이기 쉽다.
그 후에 추가된 넥스트 프롤로그 편이나 시어터 데이즈는 그렇다 쳐도, 나중에 유야무야 사라진 자기소개 보이스와 이 이벤트와의 모순. 그리고 이 이벤트를 극중극이라 취급하기엔 너무나 개인적이며 이질적인 이야기.
나는 비약이지만 하나의 결론을 낸다.
'내 안의 로코는 히키코모리였던 로코를 스카우트 해 온 것이다'
공식이 어떤 전개를 내더라도 관계없다. 조만간 다들 잊어버리더라도 관계없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는 이 로콘젤과의 만남이 로코와의 만남이며, 그녀의 프로듀스는 극중극이 아니라 그 전부터 시작해있었다. 그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
이것은 자기합리화가 아니다. 프로듀서가 열 명 있으면 열 가지 프로듀스 방침이 있고, 동인 작가가 열 명 있으면 열 가지 이야기가 태어나듯이, 내 안의 로코 세계관은 메르헨 이벤트에서부터 구성된 것이다.
여기까지 읽어 준 사람들에게 이 결론을 들이밀지는 않겠으며, 이 책을 읽고 '이런 녀석도 있구나'라고 생각해줘도 무방하다.
다행히 이 이벤트는 '이렇게 받아들여'라는 공식 설정은 아니다. 일부러 동화를 각색할 정도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으며 '이것은 완전히 극중극이다' 라고 말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그리마스의 최종 이벤트도 그런 부류다.
'사실 모두들 아이돌이 아니었다'라는 말도 안 되는 전개로 판을 뒤엎었지만 마치 꿈이었다는 듯이 끝내면서 플레이어들에게 완충의 여지를 남겨둔다.
나는 이 이벤트가 정사라고 생각하며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이것이 로코와 전혀 관계 없었다고 말 할 생각도 없다.
마지막으로 이 이벤트가 끝나며 개방되는 로코의 스토리를 기록하며 끝낸다.
로콘젤이 아닌, 분명한 로코의 목소리를, 로코의 프로듀서 여러분이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프로듀서, 이제 로코는 카리스마 디자이너이자 포퓰러 아이돌이지만…….
로코의 재능이 꽃 피지 않은 시절에 다이아몬드 원석같은 로코를 발견해 준 프로듀서에게 감사해요!
프로듀서가 없었다면 로코의 탤런트는 빛을 보지 못한 채 끝나버렸을지도요…….
로코, 지금부터 프로듀서와 새로운 가치관을 크리에이트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하고 싶은게 잔뜩 있으니까…… 일단 한 시간 후에 미팅 잡아뒀어요!"
(END)
후기.
이번에 그리마스가 끝나는 바람에 이런 책을 쓰게 되었지만, 하필이면 '사실 모두들 아이돌이 아니었다!' 라며 최종회가 시작되는 바람에 갑자기 비슷한 이야기를 쓰게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이 이벤트는 무조건 남겨야한다는 사명감이 있었기 때문에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정말로요.
'로코가 사실은 히키코모리였다!?' 같은 냄새를 풍기는건 밀리시타에서는 절대 없을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로코P는 이 이벤트를 절대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라는 일념으로 책을 발행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럼 저는…… 언젠가 찾아올 SSR 로코를 위해 저금하러……
- Today Was A Fairytale, 끝